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굿투데이뉴스 재난안전취재본부장
최근 건설안전특별법이 건설업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현장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부실공사를 비롯한 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반복되는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전전문가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건설안전특별법의 도입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실 건설안전특별법은 건설산업 이미지 개선과 지속성장을 위해라도 도입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중복 규제와 과잉 처벌을 우려하며 적극 반발하고 있다.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건설업계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일부 있다. 그동안 안전과 품질에 대하여 수많은 변화와 개혁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변화를 거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적 흐름은 거세게 변하고 있다. 세계는 바야흐로 ESG 경영의 시대로 가고 있다. 기업 스스로 환경과 안전, 품질을 지키지 않으면 기업은 존재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런 시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준비가 필요한 시기이다.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자로 하여금 적정한 공사비용과 공사기간을 제공하며 시공자는 안전관리를 책임지도록 하는 등 건설공사 참여자별로 권한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만약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건설사업자,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 건축사에게는 1년 이하의 영업정지를 부여하거나 매출액의 최대 3%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건설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과잉 처벌이 가장 클 것이다. 건설업계는 매출액 대비 최대 3% 수준이면 한해 영업이익과 맞먹는 규모이다 보니 매출액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게 되면 기업이 도산 위기에 처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기업 측면에서는 상당히 과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 사례(영국·미국)에서도 매출액 기반 과징금 제도가 이미 시행 중에 있는 경우도 있다. 결코 우리나라만 과하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아무튼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만약 건설업계 주장대로 매출액 기준 과징금 부과가 부담이라면 건설사고가 발생했던 건설공사 금액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 이하의 과징금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건설업계와 원만하게 협의하여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나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안전특별법은 사고손실 대가가 예방비용 보다 크다는 인식을 확산하여 안전관리에 우선적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건설공사 특수성에 맞게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여 건설사고 위험성을 낮추려는 목적에서 제안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건설안전특별법은 도입을 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중복 규제와 이중처벌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토교통부가 스스로 초래한 면이 없지 않다. 그 이유는 안전관리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지금이라도 시급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안전관리라고 하면 건설현장에서 공사 중 작업자의 인명사고와 같은 근로자 측면의 안전사고가 있다. 이 부분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중대산업재해)에 의해 이미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건설안전특별법에서는 건설사고 감소를 강조하면서도 건설종사자와 재해보험ㆍ공제 가입 의무를 두어 작업자 안전까지도 의연 중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안전특별법에서 작업자 안전까지 포함하게 되다 보니 건설업계에서는 중복처벌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 외에도 안전관리는 공사장 밖에 있는 제3자인 공중이 건설공사의 원인으로 인해 인적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포함하고 있다. 2021년에 발생한 광주 학동 해체공사 중 건축물이 넘어지면서 버스에 탑승해 있던 일반인 9명이 사망한 사고가 이 경우에 해당된다.
또한 공사 중 원인으로 인해 인적사고는 아니지만 인접해 있는 시설물이나 건축물과 같은 구조물에 영향을 미치는 사고도 포함된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나 광주 화정동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와 같이 건설 중인 본 구조물이나 건설기계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 까지 모두 안전관리 사항에 포함될 수 있다.
건설안전특별법 제1조 목적에서는 건설공사 중 발생하는 건설사고의 위험을 낮추고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2조(정의) 제3호에서 건설사고는 건설공사를 시행하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이상의 인명피해나 재산피해가 발생한 사고를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건설사고에 대한 정의는 아마도 건설기술진흥법 제2조 제10호와 시행령 제4조의2(건설사고의 범위)를 그대로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르면 건설사고는 사망 또는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의 인명피해와 1천만원 이상의 재산피해로 규정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사망 또는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의 인명피해에 대한 정의가 명확치 않은 점이 문제다. 인명피해 대상자가 건설현장의 작업자인지, 아니면 공중인 제3자인지 여부가 명확하지가 않다. 건설기술진흥법의 목적으로 미루어보아 작업자 안전보다는 제3자인 공중의 안전으로 해석하는 것이 사실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데 어느 순간 국토교통부가 작업자 안전 측면에 대해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업무들을 수행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혼선이 온 측면이 있었다. 올해 2월 말에는 국토교통부가 건설현장 추락사고를 매년 10% 이상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대책도 발표했다.
물론 안전을 위해서는 이중 삼중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중복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는 없고 이를 받아 들이는 현장에서는 규제로 작용하게 된다면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작업자 안전까지 관여하겠다면 지금 현재 이원화되어 있는 안전 관련 법령을 한 개의 법령으로 일원화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건설안전특별법에서는 건설사고에서 작업자 안전이 아닌 일반인인 제3자, 즉 공중의 안전으로 사망이나 부상으로 특정시킬 필요가 있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그동안 간과되다 보니 많은 피해자와 민원들이 발생했다. 이외에도 구조물 붕괴와 같은 사고, 인접시설물에 미치는 안전사고, 건설기계나 화재폭발로 인한 사고를 건설사고로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건설안전특별법에서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다루고 있던 작업자 안전을 제외하고 공사에 따른 공중의 안전확보와 구조물, 인접시설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고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안전전문가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건설안전특별법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도입은 꼭 필요하다. 사고손실 대가가 예방비용 보다 크다는 인식을 확산하여 안전관리에 우선적 투자를 유도하여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여 건설사고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건설업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중복 규제와 과잉 처벌에 대한 문제가 나온 이상 머리를 맞대고 상호 협의하여 적절한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