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 변호사 / 굿투데이뉴스 김경호컬럼니스트
정치에서 염치(廉恥)가 사라진 시대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감각이 마비되고, 자신의 추악한 과거를 망각한 채 타인을 향해 돌을 던지는 후안무치(厚顔無恥)가 판을 치고 있다. 그 최전선에 선 송언석 의원의 가증스러운 언행은, 이제 한국 정치의 타락이 도달한 비극적 현주소를 낱낱이 증명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 그는 국민의 대표라는 직위를 흉기 삼아 무력한 당직자의 인격을 짓밟은 폭력의 가해자였다. 자신의 의전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지극히 사적인 분노를 이기지 못해, 심장병을 앓았던 동료를 향해 쌍욕을 퍼붓고 정강이를 걷어찬 그의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야만적 폭거이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짓뭉개고 자신의 권력을 과시한 반사회적 범죄에 가깝다. 그랬던 그가 보인 행태는 더욱 기가 막힌다. 어설픈 거짓말로 폭행 사실을 부인하다가,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던진 사과문 한 장으로 모든 책임을 지워버리려 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 와서 누구를 단죄하고 심판하겠다는 것인가. 그 폭력의 입으로 감히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을 논하며 정의의 수호자인 척 행세하는 모습은 역겨움을 넘어 공분(公憤)을 일으킨다. 이는 위선을 넘어선 인격의 파탄이며, 대중의 기억력을 조롱하는 오만의 극치이다. 자신의 발밑에 쓰러졌던 피해자의 신음은 기억의 저편으로 지워버리고, 오직 정적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정’의 칼을 휘두르는 자에게서 우리는 어떠한 진정성도 발견할 수 없다.
이것은 송언석이라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렇듯 파렴치한 자가 버젓이 권력을 유지하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방치하는 우리 정치의 시스템 전체가 병들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망각을 무기 삼은 위선은 독버섯처럼 번져나가 공동체의 신뢰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송언석 의원은 더 이상 대중을 기만하지 말아야 한다. 타인을 향해 삿대질하기 전에, 폭력으로 얼룩진 자신의 손과 거짓을 내뱉던 자신의 입부터 돌아봐야 한다. 진정한 성찰과 뼈를 깎는 사죄 없이는 그 어떤 외침도 국민의 지성에 대한 모독일 뿐이다. 그의 존재 자체가 바로 한국 정치가 청산해야 할 ‘적폐’의 살아있는 표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