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 변호사 / 굿투데이뉴스 김경호컬럼니스트정의는 승리했다. 그러나 군은 여전히 그 정의를 벌하려 한다.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 했던 박정훈 대령은 법정에서 마침내 ‘항명’의 족쇄를 풀었다. 사법부는 그의 행위가 법률에 따른 정당한 직무 수행이었음을 명백히 선언했고, 특별검사는 ‘공소권 남용’을 인정하며 항소를 포기했다. 국가가 공인한 완벽한 무죄이다.
그런데 바로 그 군이, 정확히는 군사법 전문가라고 폼잡고 있는 「군법무관들」이, 사법적 정의가 실현된 바로 그 순간, 2년 전의 낡은 ‘견책’ 징계 서류를 다시 꺼내 들었다. 형사재판과는 “별건”이라는, 믿기 힘든 형식 논리를 내세우며 말이다. 이는 법의 정신에 대한 노골적인 모독이자, 진실을 향한 집요하고 치졸한 보복이다.
해군본부 법무실이 문제 삼는 것은 박 대령의 ‘사전 승인 없는 방송 출연’이다. 그러나 이는 사건의 본질을 완벽히 외면한 처사다. 그의 방송 출연은 사적인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정당한 수사 기록 이첩이 ‘항명’으로 둔갑하고, 위법한 수사가 목을 조여오던 절체절명의 순간, 진실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그것은 절차 위반이 아니라, 군 내부의 불법을 국민에게 고발한 공익적 절규였다.
징계의 근거가 된 규정의 목적은 군사기밀 보호와 대국민 신뢰 유지이다. 박 대령이 지키려 한 것은 은폐된 진실이었고, 폭로한 것은 ‘VIP 격노설’이라는 위법한 외압의 실체였다. 이것이 보호할 가치가 있는 군사기밀인가? 오히려 이를 덮으려는 시도야말로 군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는 행위이다. 형식적 절차를 내세워 진실을 말한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만큼 군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는 없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현격한 사정변경’이다. 징계의 전제가 되었던 ‘항명’ 혐의는 법원에 의해 완벽히 부정되었다. 박 대령이 방송에서 주장했던 ‘위법한 명령’과 ‘외압의 실체’는 이제 이종섭 전 장관과 김계환 전 사령관의 입을 통해 그 사실성이 입증되고 있다. 즉, 그의 방송 출연은 ‘사법적으로 공인되고 관계자에 의해 확증된 진실’을 알린 행위가 되었다.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내려진 징계는 이제 그 존재 이유 자체가 붕괴된 것이다.
그럼에도 ‘별건’이라는 이름으로 징계 절차를 재개하는 것은 사법부의 판결문을 먹칠하고, 군 스스로 정의를 부정하는 자기 파괴적 행위이다. 이는 양심에 따라 행동하려는 모든 군인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위축 효과’를 낳아 군의 자정 능력을 마비시킬 것이다.
특별검사는 위법한 기소에 대해 ‘항소 취하’라는 결단으로 헌법 정신을 실현했다. 이제 해군본부가 답할 차례이다. 무의미한 항고 심의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행정청의 권한이자 책무인 ‘직권취소’를 통해 위법한 징계를 스스로 거두어야 한다. 이것만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경찰 징계를 40년 만에 바로잡았던 역사적 선례의 정의로운 길을 따르는 것이다.
박정훈 대령에 대한 징계 문제는 개인의 명예를 넘어, 군의 양심과 대한민국의 법치가 걸린 시금석이다. 군의 명예는 진실을 은폐하는 복종이 아니라, 스스로의 과오를 바로잡는 용기에서 나온다. 군은 진실을 처벌하는 칼을 거두고, 정의의 편에 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정훈 대령을 기소한 국방부 검찰단장 김동혁이 ‘공소권 남용’으로 수사를 받고 있듯이, 박정훈 대령 ‘징계권 남용’으로 해군 법무실장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