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각지에서 심각한 수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유례없는 폭우는 농경지를 침수시키고, 도로와 주택을 파손하며,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을 속출시켰다. 이처럼 망연자실한 국민들의 아픔 앞에, 우리 군 장병들은 또다시 두 팔을 걷어붙였다.
침수된 주택의 흙탕물을 퍼내고, 무너진 도로의 잔해를 치우며, 실의에 빠진 이웃의 손을 잡아주는 이들의 뜨거운 땀방울은 언제나 국민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되고 있다. 젊은 군인들의 헌신적인 모습은 재난 현장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든든한 버팀목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가장 먼저 달려가 힘이 되어준 존재가 바로 우리 국군 장병들이다. 군의 대민지원 활동은 그 규모와 범위가 꾸준히 확대되어 국가적 재난 극복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과거의 피해 현장에서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마가 할퀴고 간 현장에는 군복 입은 영웅들이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피해 복구에 매진하고 있다. 단순히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질서와 안정을 회복하고 공동체의 빠른 일상 복귀를 돕는 이들의 헌신은 그 어떤 대가로도 환산할 수 없는 고귀한 가치이다. 군 장병들의 존재는 재난으로 인한 혼란 속에서 국민에게 심리적 안정감까지 선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숭고한 대민지원 속에서 우리는 아픈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23년 7월, 폭우 피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해병대 채수근 일병(채 상병)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우리에게 "국가를 위한 헌신에 앞서 장병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뼈아픈 경고를 남겼다.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장병들의 안전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함을 일깨워준 사건이다.
군 당국도 최근 "능력을 초과하는 대민지원은 사절하고, 제2의 채 상병 사건을 막겠다"는 강한 입장을 밝히며 장병 안전 확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여전히 위험천만한 환경에서 진행되는 대민지원 사례들이 존재한다는 보도는 우리에게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으며, 현장에서의 사고 예방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는 양적인 지원 규모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질적인 안전 관리가 동반된 대민지원 시스템을 견고하게 구축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적인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첫째, 현장 투입 전 장병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안전 교육과 함께 필수적인 안전 장비가 완벽하게 지급되어야 한다. 둘째,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재난 현장의 위험 상황을 면밀히 판단하고, 장병의 안전에 위협이 될 경우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철수할 수 있는 명확하고 신속한 지휘 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셋째, 각 부대의 임무와 장병 개개인의 숙련도 및 컨디션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능력 범위 내 지원' 원칙이 철저히 준수되어야 한다. 예측 불가능한 극한 호우 현장에서의 위험천만한 상황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기 때문에, 지휘관은 항상 장병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국가적 재난 극복에 기여하는 군의 역할은 분명 고귀하고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임무이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의 선행 조건은 바로 '장병의 안전'이다. 채 상병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대민지원이 사전에 충분하게 안전이 확보된 후에 계획되고 적극적으로 진행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안전이 담보된 대민지원만이 재난으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진정한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동시에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우리 장병들에게도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과 국군 장병 모두에게 희망이 되는 현장이 되기를 기대하며, 안전과 헌신이 조화를 이루는 대민지원 문화가 정착되기를 소망한다.
한림대학교 글로벌협력대학원 UN평화안보협력전공 하영재 전공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