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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퉁이에서】 “법으로 세상을 움직인다는 것” 김경호 컬럼니스트 2025-07-19 20:02:05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 변호사 / 굿투데이뉴스 김경호컬럼니스트

오늘 오후, 중학생 아들이 다니는 대전 대덕중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난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소개하는 진로 교육 시간이다. ‘법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직업’. 나는 강연의 제목을 이렇게 잡았다. PPT 자료를 만들며 오래전 기억부터 최근의 소회까지, 상념들이 묵직하게 교차한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려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을 골랐다. “국민이 곧 국가다.” 지금은 당연하게 들리는 이 말이 당시엔 얼마나 세상을 뒤흔드는 외침이었던가. 故 노무현 인권 변호사의 신념은 훗날 ‘국민주권정부’의 초석이 되었으니, 이야말로 법으로 세상을 움직인 숭고한 사례가 아니고 무엇이랴. 나 또한 얼마 전, 친구 박정훈 대령의 일로 국회에 서서 ‘항명 불성립’을 외쳤다. 불의한 권력의 부당한 명령은 따를 이유가 없다는 법 정신이 판결로, 또 12. 3 불법 비상계엄 참여 여인형의 역사의 참회로 증명되는 것을 보며 같은 울림을 느꼈다.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변호사가 돈을 좇으면 권력의 옆자리를 장식하는 초라한 법 기술자가 되지만, 정의를 좇으면 세상을 바꾸는 동력이 되고 명예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을.


15여 년 전, 나는 故 김훈 중위 사건으로 국방부, 육군본부 및 군법무관 전체와 맞섰다. 모두가 ‘자살’이라 할 때, 나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불명’이라 주장했다. 조직을 위험에 빠뜨리는 인물로 낙인찍혀 왕따가 되고 결국 군복을 벗어야 했다. 하지만 정의는 죽지 않았다. 김 중위는 마침내 명예를 되찾아 현충원에 잠들었고, 조직에서 쫓겨났던 나는 10년이 10일처럼 느껴질 만큼 바쁜 변호사로 살아가고 있다.


차디찬 고독의 시간을 통과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진실을 향한 길은 비록 당장은 어둡고 고독할지라도, 결국 가장 단단하고 환한 길이라는 사실이다. 오늘 만날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동자 속에, 돈이 아닌 정의를 좇는 뜨거운 심장이 하나라도 더 새겨지길. 그리하여 그 아이들이 법으로 더 나은 세상을 움직여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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