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 변호사 / 굿투데이뉴스 김경호컬럼니스트
남군과 여군이 함께 복무하는 군 야전에서 성(性) 관련 이슈는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강제추행’에 대한 명확한 법적, 상식적 기준 공유는 건강한 병영 문화와 지휘권 확립의 초석이다. 단순한 오해와 주관적 감정이 아닌,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객관적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강제추행죄는 단순히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 법원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엄격히 규정하며,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의 경위와 태양, 당시의 객관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한다. 즉, 피해자의 주관적인 불쾌감을 넘어,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여야만 범죄로 성립하는 것이다.
최근 무죄가 선고된 한 군사법원 판례(2021고1)는 이 기준을 따랐다. 회식 후 상급자가 하급자의 팔짱을 끼거나 택시에서 손을 잡은 행위가 문제된 사안이었다. 재판부는 이를 강제추행으로 보지 않았다.
판단의 핵심적인 갈림길은 다음과 같다.
첫째, 행위의 맥락과 의도이다. 법원은 해당 접촉이 성적 욕망의 만족을 위한 행태가 아니라, “술을 더 마시자”, “좀 더 놀다 가자”고 제안하며 설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성적 의도가 아닌,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발생한 행위로 본 것이다.
둘째, 접촉의 구체적인 태양과 정도이다. 당시 피해자는 패딩을 입고 있었고, 신체 접촉은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피해자가 “왜 자꾸 만지냐”며 거부 의사를 표현하자 피고인이 즉시 행위를 멈춘 점 등은, 피해자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셋째, 사건 전후의 객관적 정황이다. 택시에서 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피해자가 불과 몇 시간 후 가해자를 자신의 차로 태워다 주는 등, 피해자의 진술과 배치되는 행동이 있었다. 이는 강압적인 추행을 당한 피해자의 모습으로 보기에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강제추행의 성립 여부를 가르는 분기점은 ‘피해자의 주관적 불쾌감’을 넘어,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가’에 있다. 접촉의 의도, 방법, 장소, 전후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 명확한 기준의 공유는 억울한 가해자의 발생을 막고 진정한 피해자를 보호하며, 두려움과 오해가 아닌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 군 조직의 신뢰를 구축하는 길이다. 군 야전에서 이성 간 모든 신체 접촉을 잠재적 범죄로 간주하는 경직된 문화가 아닌, 건전한 상식과 법리에 기반한 명확한 기준이 정립되어야 한다.
시사점은 남군과 여군이 함께 회식을 하다 상대방이 감정이 상하여 문제를 제기하면, 즉시 해당 행동을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회식 이후 카톡을 통해 사과하고 그때까지는 서로 관계가 파괴된 상태가 아니므로 카톡으로 간단하나마 받은 상대방의 ‘사과 수락’ 의사표시는 행후 법적으로 ‘강제추행’ 여부 판단의 분수령이 된다. 이 간단한 습관이 야전의 ‘강제추행’ 사건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