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 변호사 / 굿투데이뉴스 김경호컬럼니스트
군사법의 붕괴는 법의 부재가 아닌, 법을 다루는 자의 오만과 무지에서 시작된다. 최근 한 징계위원회에서는 5~6명의 군인이 함께한 화기애애한 회식 자리에서 나온 특정 발언의 진실 공방이 있었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군의 진술 외에는, 당시 동석했던 다른 여군을 포함한 단 한 명의 목격자도 없었고 피징계인은 사실을 부인했다. 상식적인 판단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갓 임관한 법무참모는 ‘성인지 감수성’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 그는 “여군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라도 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는 유도성 발언으로 비법률가인 징계위원들을 현혹했고, 결국 징계는 의결되었다. 정당한 법리 설명에 “왜 훈계하느냐”고 반문하는 그의 모습에서 전문성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다.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하지 말라는 ‘관점’이지, 증거재판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뛰어넘는 예외가 될 수 없다. 목격자 진술 등 명백한 반대 증거를 합리적 이유 없이 무시하는 것은 위법이다.
문제는 이것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는 점이다. 법무참모라는 직책과 변호사 자격이 미숙한 법리에 권위를 부여하고, 야전 지휘관들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구조가 군 사법 전체를 병들게 하고 있다. 이는 군내 갈등과 불필요한 법적 비용을 증대시키고, 결국 이런 인물들이 사회의 판·검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더 큰 재앙의 예고이다.
경험 없는 군법무관의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길 것이 아니라, 차라리 반대편에서 동등하게 다툴 ‘군사법 레드팀’을 제도화해야 한다. 각자의 관점에서 치열하게 논쟁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헌법과 법률이 아닌, 특정인의 자의적 해석이 지배하는 군대에 미래는 없다.
이런 자들이 사회 나가 사실인정을 증거로 하지 않고 지 마음대로 하는 신격화된 검·판사가 된다. 필자는 이 점이 너무나 참기 힘든 가소로움이다. 만나서 보면 찌질 그 자체인 평범한 인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