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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군, 고요한 스승, 모후산 만물평등 농장의 층층나무 - 고요한 스승 - 모후산 층층나무와 교감하다. 배서영 취재본부장 2025-08-09 09:34:54

겨울이 깊어가는 2024년 11월,

조선의 동학농민혁명으로부터 130년이 흘렀다.

전남 화순, 모후산 자락의 만물평등농장.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고, 흙은 살얼음처럼 굳었다.

 

그런데 한 그루 층층나무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켰다.

내가 이곳에 터를 잡기 전부터 모후산 물줄기가 씨앗 하나를 데려다 심었다.

층층나무는 여기에서 먼저 삶을 열고 있었다.

나는 그 나무를 언제부터인가 ‘나무여신’이라 부른다.

내 마음과 고요히 교감하며,

존재 자체로 지혜를 이야기하는 나의 스승이다.

 

2024년 7월, 고장난 윤정권이 선임한 환경부장관은 예고 없이

대한민국 국토에 14개의 기후대응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내가 보기에는 탄소중립과 기후대응을 역행하는 대단위 토목공사에 불과했다.

화순 사평면에서도 공청회에 대한 충분한 주민들 안내 없이 공청회가 강행되었다.

그날 나는 온몸으로 불의에 저항했다.

농민과 할머니들의 눈물을, 사평의 물소리, 자연환경, 역사와 문화를 지키기 위해

목이 아프도록 ‘사평댐 반대’ 구호를 주민들과 외쳤다.

결국 공청회는 무효가 되었다.

 

그 이후부터, 나의 행동과 생각들은 고장난 윤정부보다 더욱 유능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환경부의 다시 공청회가 열리기 전에,

지혜롭고 효과적인 전략을 세워야 했다.

농막의 보일러는 고장났고, 나는 밥도, 잠도 제대로 챙길 수 없었다.

그래서 만들었다—‘백지화차’.

서류를 쓰는 동안 간신히 목을 축이며 버텼다.

그 와중에도 나무여신은 그대로 거기 있었다.

유리창 너머, 내 마음 안에.

주민들의 언어로, 얼어붙은 마음을 녹였다.

주민 조직을 속히 만들고, 사평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들을 모았으며,

공문과 성명으로 염원을 전했다.

 

그 모든 과정에 나와 깊이 교감한 이는 층층나무였다.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자기중심적이다.

귀농한 내가 받은 공개적인 냉대와 소외는 슬펐지만,

역사의 무게를 알기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고요하게 나무와 함께 고요한 몰입의 길을 행했다.

모후산의 기운이 나를 품을 때,

내 어깨는 한층 단단해지고,

흐르는 물줄기와 어르신들을 지키고자하는 의지는 더욱 굳건해졌다.

 

‘도를 행하는 존재’로서의 층층나무.

말 대신 존재로 교감하며 깨닫게 하는 지혜나무.

 

이 땅에는 130~131년 전 동학혁명이 있었다.

슬프고 억눌린 역사는 기억해야 반복되지 않는다.

그들의 희생은 세계에 평화의 교훈이 될것이다.

나도 그 길에 있다.

 

생태환경교육시에 만나는 아이들은 나를 ‘나무 선생님’이라 부른다.

존재 자체로 가르치고 서로 배우는 순간이다.

2025년, 나는 지천명의 나이에 이르렀다.

이제 천천히, 고요히 나무의 지혜를 글로 전하려 한다.

자연과 함께 사는 법, 맑은 존재로 서는 법을

세상의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지구가 건강하고, 아이들이 행복하며,

세계가 평화로운 길로 나아가길 바라며.

내면의 고요를 따르며 오늘도, 나무와 교감한다.

 

 

 2025.8.9, 화순 모후산 자락 만물평등농장에서, 나무선생님 배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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