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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의 요지경]민주와 자유에 역행하는 권위-관료주의가 나날이 확산 조짐에 있다 – 공인탐정업법 법제정에 따른 국회 공청회에 부쳐
  • 기사등록 2025-08-08 20: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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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한 셜록은 공인탐정이 아니라 그냥 사설(개인)탐정
사설탐정은 부족한 일손의 경찰 인력을 보조하고 서로 협조하는 것,
사설탐정이 경찰 등 공권력에 의해 감독받는 것이 아니라
시민, 민중, 탐정이 경찰, 검찰 등 공직자를 감시, 감독, 견제해야 하는 것
탐정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탐정은 공인 혹은 자격제 아닌 신고제(등록제)의 자유업
일본 개인탐정업 개업자 수가 개인변호사 개업자 수보다 많아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공인탐정업법 법제정에 따른 국회 공청회”(2025.8.5.)가 있었다. 국힘당 의원 신성범(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이 주최하고, 대한민국탐정진흥원(총재 유우종 교수),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등이 공동주관하고, 최순호(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주임교수)가 “한국탐정제도 5년, 이제는 법제화로”라는 표제로 기조 발표 했다.

  

한국은 2020년까지 OECD 40여개 국가중에서 유일하게 탐정 활동이 불법으로 간주된 나라였다. 그러다가 탐정업이 ‘비범죄화(합법화)’ 되었는데, 그 근거는 ‘개별법과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탐정업무는 당장이라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헌법재판소의 판시(2018.6.28.), 그리고 그간 탐정업 금지 규범 역할을 해온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2020.2.4, 탐정호칭사용금지조항 적용대상 축소·특정)으로 동법 제15조에서 정한 ‘신용정보회사 등’이 아닌 일반인은 ‘탐정호칭사용’이 가능해진 것 등이다.(세계일보, 2022.3.13. 김종식 K-공익탐정 단장)

  

국회의 탐정 관련 법률 발의 약사로서, 최순호에 따르면, 17대부터 21대까지 국회에서 13건이 발의되었으나, 국가통제방식의 불일치 등으로 모두 폐기되었다. 제21대 국회에서 이명수, 윤재옥, 황운하의 법률안 발의가 있었는데, 이명수는 민간중심의 자율형 모델(현재 일본식), 윤재옥은 경찰청 중심의 강력한 국가통제형, 황운하는 절충적 접근을 제시했다. 

  

이번 공청회를 주도한 유우종과 최순호 등은 윤재옥의 국가통제형 탐정제도에 경도된 입장에 섰다. 서론에서 이들은 국가 통제에 의한 ‘공인’ 탐정제도의 도입을 주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경력, 학력을 소지한 이들을 중심으로 자격 시험을 통해 ‘공인’된 탐정제도를 확립하자는 취지이다. 

  

최순호는 기조발제에서, 경찰은 공적 기관, 탐정은 준공적 존재로서 국가(정부)가 공인하는 제도를 만들고, 그 기초로서 ‘공인탐정법’을 제정하고자 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공인탐정은 국민의 권익을 지키고 사회안정망을 강화하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더 잘 공헌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최순호는 우선 두 가지 점에서 오류를 범하였다. 첫째, 정부가 공인하면 국민의 권익을 지키고 사회안전망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보는 점, 둘째,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존재하지 않는 ‘공인’의 탐정을 한국에 창설하고자 하는 점에서 그러하다.

  

위 첫째 관련하여, 정부가 공인하면 국민의 권익이 더 잘 보호되는 것이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 공권력이 국민의 권익을 침해할 때, 저항을 통해 자신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공권력의 오남용에 대한 국민 저항이 필요한 지금은 더욱더 그러하다. 

  

촛불이 상징하는 저항은 공권력 공정성의 신화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부 공권력은 시민의 항시적 질타와 감시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일 뿐이다. 믿고 기대려 하는 순간 시민은 배반당하게 된다. 그것은 인간의 속물근성이 권력과 조우하면 쉬 부패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못다 한 숙제를 다한 것 같고, 정당성을 갖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노예근성이고, 식민지배와 독재가 빚어낸 순응화의 잔재이다. 

  

탐정업은, 정부로부터의 감독, 통제가 아니라, 그 반대편에 선, 모든 권력의 근원인 시민으로서의 자격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권자로서의 시민의 자격은 학력과 무관하게 주어진다. 여기에 시민의 상식과 법의 상호관계에서 볼 때, 추의 무게에서 상식이 법에 우선한다. 주권자로서 시민의 상식이 법 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상식은 학력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주권자로서 시민은 정부권력에 대한 감시뿐 아니라, 법치 만능주의 사고방식에서도 탈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법은 최소한의 영역을 규정하는 것이고, 시민의 모든 활동을 규제, 포괄하는 것이 아니다. 상식이 법에 우선하여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민이 법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법위에 존재하는 시민의 상식적 행위는 합법, 불법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는, 창조적, 형성적 영역으로 대거 구성되어 있다.

  

상호 분쟁이 발생했을 때, 기존 법률에 의거한 합법성 여부가 아닌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는데, 이것은 정당방위성 여부이다. 

  

한국 사법의 역사에서 전통적으로 정당방위에 의한 거의 합법성을 부정해 왔다. 형법 제정(1953; 그 전 1912~1953까지 일본 형법 의용[依用]) 이후 2015년경까지 정당방위로 무죄선고 받은 것이 13건뿐이라는 사실은 시민에 의한 자율적 법 집행을 인정하지 않았던 점을 증명한다. 시민은 (준)사법관료가 휘두르는 권력에 의해 포획, 억압, 지배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민은 정부 관료에 우선하여 법을 판단, 집행할 권리가 있다. 시민이 주권자가 되는 나라는 시민이 정부 관료에 종속될 것이 아니라, 우선해야 한다. 정부는 보충적 원리에 입각하여, 앞장서는 시민의 뒤쪽으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 

  

현대 그리스에서는 탐정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경찰의 기능을 대신한다. 치안의 유지에서 경찰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그만큼 권력의 행사자도 아니다. 아예 경찰학 원론에, 사건이 생기면 경찰을 먼저 찾아오지 말라고 하고, 시민들 스스로 해결하도록 종용한다. 그러다가 안 되면 보충적으로 경찰을 찾아오라고 한다. 이런 체제에서는 경찰이 전면에서 시민을 통제하는 것이아니라, 그 뒤편에 머물러 있다.

  

위 둘째,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정부에서 ‘공인’하는 탐정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영국의 고명한 셜록 홈즈도 ‘공인’이 아니었고, 정부로부터 공인된 자격증을 가진 이도 아니었다. 그냥 개인탐정업자일 뿐이다. 

  

가까운 일본의 예를 들자면, 2007년 탐정업법이 제정되어, 근 20년에 근접하는 지금 탐정 천국이라 불리고 있을 정도로 탐정업이 발달되었다. 그 탐정은 이른바 공인자격시험을 치른 이들이 아니라, 그냥 신고(등록)에 의해 개업하는 자유업 종사자이다. 민간 탐정협회에서 실시하는 단기 교육을 이수하면 누구나 탐정 개업이 가능하다. 일정한 학력, 경력을 갖출 필요가 없고, 누구나 자신 혹은 타인을 위한 탐정업 종사가 가능하다. 초등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탐정 개업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일본 개인탐정 개업자 수는 개인변호사 개업자 수를 능가한다고 한다. 

  

유우종, 최순호 등은 탐정업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피력했다. 일자리와 수익 창출 관련하여 다시 두 가지 점을 반성해 볼 필요가 있겠다. 

  

첫째, 탐정업을 통해 청년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은 이들이 주창하는 탐정의 ‘공인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탐정업은 공인이 되어야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공인 여부와 무관하게 일자리를 창출한다. 자유업으로서의 일본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문제는 일정한 학력, 경력, 시험을 통해 자격증 제도를 시행하면, 탐정 실무를 보는 이와 자격증을 가진 이 사이에 위계가 발생하고, 창출된 수익 가운데 더 많은 몫이 자격증 소지자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자격증 없이 실제로 손발로 뛰는 이들이 따로 있고, 자격증 가진 이는 노력 봉사와 무관하게 수익을 차지하게 되는 착취-피착취의 구조가 발생하게 될 전망이다. 

  

둘째, 탐정업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수익은 제공한 봉사의 대가로서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지만, 돈벌이 자체를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한 목적으로 탐정업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공청회에서 토론에 나섰던 손상철 교수(단국대학교 행정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탐정업이 갖는 양면성, 즉 공리성과 영리성에 대해 주의를 환기했고, 하명기 교수(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교수)는 비영리와 수익 모델을 각기 구분했고, 이정혁 변호사(전 서울고검사장, 법무법인 산우 대표)는 탐정업이 영리를 목적한 직업이라기보다 권익보호라는 측면이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최순호 교수는 탐정업의 수익성을 의사에 비유하여, 아프면 의사를 찾아 가듯이, 문제가 생기면 탐정을 찾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공공의료 중심의 유럽 여러나라에서는, 한국과 달리, 병원을 무료로 이용한다. 병원이 수익을 창출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말이다. 최순호 말처럼, 탐정이 사람의 필요에 봉사한다는 점에서 의사와 같다면, 탐정업은 반드시 자본주의적 영리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비 봉사의 자유업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지금까지 국회에서 발의된 십여 회에 걸친 탐정법안 중 다수가 전직 경찰의 경력에 유리하게 설계된 것들이었다. 이런 경향성은 탐정을 공권력에 대한 견제, 감시의 시민적 기능이 아니라, 오히려 결과적으로 준 관료적 기구, 경찰의 제2중대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탐정은 부족한 경찰 인력을 보완하는 것, 시민-경찰이 상호 협력함으로서 안전망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 정부가 주권자 시민 탐정을 규제, 감독, 통제하려는 것은 국가 보충성의 민주적 원리를 배반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공무 인력으로 꼭 해야 할 일도 다 못하고,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도 재량권을 발동하여 선별적으로 대처하는 마당에, 지배욕은 한이 없어 온통 시민을 통제하여 한 손에 움켜쥐고 흔들려는 것은 민주 정부의 소치가 아니다. 감시, 감독, 통제는 정부가 시민에 대해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민 탐정이 정부 기관에 대해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구비해 가야 할 것이다. 

  

현재 탐정업계는 탐정업법 제정을 둘러싸고 상반된 두 가지 지향성이 충돌하고 있다. 한편에서 정부 권력과 법의 이름으로 시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하고(윤재옥 입법안),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공권력에 대한 시민의 감시와 저항, 상식과 정당방위 등 시민적 권리의 영역을 확보하려는 것(이명수 입법안)이다.

  

이번 공청회를 주최한 측은 시민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쪽에 편승하고, 여기에 국힘당 의원들이 주최하고 또 축사에 나섰다. 국회정보위원회 위원장으로 공청회를 주최한 신성범, 축사에 나선 송언석(국힘당 원내대표), 김정재(국힘당 정책위 의장) 등이 죄다 국힘당 소속이다. 그 국힘당은 독재를 지향하여 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을 다소간 지지한 점에서 내란당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 민주 여당이 국회 다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시민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공인’ 탐정법이 당장에 국회에서 통과될 일은 없을 것이라 기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주권자 시민은 정부를 감독, 감시하는 기능을 침해당하지 않고, ‘공인’이라는 개념이 주는 허상(虛像)에 미혹하는 일이 없도록, 시민이 스스로 경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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