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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 변호사 / 굿투데이뉴스 김경호컬럼니스트

한 장의 판결문(2024구합14456 감봉처분취소 판결)이 군 사법 시스템의 뿌리 깊은 병폐를 드러냈다. 광주지방법원이 부사관에게 내려진 감봉 1개월 처분을 취소한 것은 단순히 한 개인의 구제를 넘어, 군 내부의 정의가 얼마나 부실하게 작동하는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법원은 ‘사건을 직접 조사한 이가 징계위원회에 참여했다’는 절차적 하자를 지적했다. 이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을 망각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공정성이라는 저울을 스스로 내던진 군 지휘부와 법무 조직의 오만과 무능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사실관계 조사 능력과 법리 해석 능력이 의심되는 군 법무관의 어설픈 검토, 그리고 이에 대한 비판적 사고 없이 거수기 역할에만 충실한 군에선 나름 ‘엘리트’ 징계위원들의 합작품이 초래한 필연적 결과이다.


조사자가 심판자를 겸하는 구조에서 공정한 결론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는 예단과 선입견으로 가득 찬 요식행위에 불과하며, 징계 대상자의 방어권은 원천적으로 무시된다. 군 내부에서 엘리트로 인정받는 이들이 징계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법치주의의 가장 기초적인 원칙마저 짓밟는 이 모순이야말로 우리 군이 마주한 심각한 위기이다. 행정부 소속 군인들이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지 않고, 절차적 정의를 경시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사법부의 판결은 군이 더 이상 법 위에 군림하는 성역이 아님을 경고한다. 이번 판결은 한 병사의 징계를 넘어, 군 사법 정의의 신뢰성에 대한 사망 선고와 같다. 국방부는 뼈를 깎는 성찰로 무너진 사법 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번 법원의 판결은 징계 취소가 아니라 군 조직 전체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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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7-29 2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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