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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법 칼럼(31)】 무너진 지휘의 칼, 군사법 정의를 묻다(어제 징계취소 판결선고 소감)
  • 기사등록 2025-07-25 08: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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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 변호사 / 굿투데이뉴스 김경호컬럼니스트

군기(軍紀)는 군의 척추다. 지휘관의 징계권은 이 척추를 바로 세우는 날카로운 칼이다. 그러나 그 칼이 사실관계를 정밀하게 겨누지 않고 감정과 예단에 휘둘린다면, 이는 군 조직의 근간을 해치는 흉기가 될 뿐이다. 최근 법원의 판결로 취소된 한 부사관의 징계 사건은, 우리 군의 징계 조사 시스템에 심각한 경고음을 울린다.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갑질 여부가 아니다. 진실을 규명해야 할 군법무관과 조사 담당자의 현장 조사 능력 및 열정의 부재가 빚어낸 ‘인재(人災)’에 가깝다. 제출된 법원 기록을 보면, 징계 사유는 “장기간”, “후배 간부 4명” 등 시점과 대상이 모호한 표현으로 가득하다. 피해자 진술은 일관성 없이 흔들리고, 이를 반박하는 다수 동료의 증언은 묵살되었다. 이는 명백한 증거 기반 조사의 포기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절차적 정의의 붕괴다. 사건 조사를 담당한 간부가 징계위원회 심의에까지 참여한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는 선수가 심판을 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공정성을 원천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다. 이러한 부실하고 편파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내려진 징계는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결국 법원은 징계권자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는 당연한 귀결이지만, 그 과정에서 한 군인의 명예는 짓밟혔고 군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언은 명확하다.


첫째, 군 징계조사 담당자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한쪽 말만 듣는’ 구태에서 벗어나, 교차 검증과 구체적 증거 확보를 철칙으로 삼는 과학적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조사와 심의·의결 절차의 완전한 분리를 제도적으로 못 박아야 한다. 규정 위반 시에는 해당 징계 자체를 원천 무효로 하고, 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휘관의 칼은 부하의 인격과 명예를 베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 오직 명확한 사실과 규정에 근거하여 군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 이번 판결을 군 사법체계의 뼈아픈 성찰과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우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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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7-25 08: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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