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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법 칼럼(29)】 법복 입은 ‘괴물’은 군대에서부터 자라난다 – 또 한명의 군법무관을 고발하며
  • 기사등록 2025-07-21 0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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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 변호사 / 굿투데이뉴스 김경호컬럼니스트

법을 집행해야 할 군법무관이 법과 상급 부대의 명령을 정면으로 짓밟는 현실이 백일하에 또 드러났다. 이는 일개 장교의 일탈이 아니라, 우리 군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구조적 암’의 징후다. 그리고 우리는 이 암세포가 장차 우리 사회의 사법 정의를 어떻게 병들게 할지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최근 육군 제0군수지원사령부에서 벌어진 한 징계 사건은 충격적이다. 징계 혐의를 받는 부사관의 변호인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관련 기록의 열람·등사를 요청했다. 헌법상 기본권이자, 대법원 판례(2019두59547)와 이를 이행하라는 육군참모총장의 명백한 명령으로 보장된 권리다. 그러나 징계 담당 군법무관은 “본인 진술조서만으로도 방어 준비가 충분할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우며 핵심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심지어 “더 이상의 징계 지연은 불가하다”며 징계위원회를 강행하려 했다. 이는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문제의 본질은 이 군법무관 개인의 오만함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오늘날 군법무관 제도가 처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비극적 단면이다. 로스쿨이라는 ‘비닐하우스’에서 속성으로 길러진 이들이, 사회 경험도 없이 군에 들어와 완장을 찬다. 이들에게 군복은 신성한 국방의 의무가 아니라, 전역 후 대형 로펌으로 가기 위한 ‘경력 관리’의 수단일 뿐이다. 사명감과 현실 감각이 결여된 채, 오직 법 기술자로만 길러진 이들이 장병의 운명을 좌우하는 ‘알량한 권한’을 휘두를 때 어떤 재앙이 벌어지는가. 바로 눈앞의 사례가 그 답이다.


이들은 확립된 판례도, 참모총장의 명령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차피 몇 년만 버티면 떠날 곳이라는 안일함, 그리고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군 검찰단이라는 뒷배가 있기 때문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인 줄 알면서도 변호사가 고발장을 제출한 것은, 이처럼 곪아 터진 환부를 도려내지 않고서는 군의 미래도, 우리 사회의 미래도 없다는 절박함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더욱 섬뜩한 미래를 본다. 군에서 법을 무시하고, 인권을 경시하며, 권력에 취하는 법을 먼저 배운 이들이 사회에 나와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된다. ‘법복 입은 괴물’은 하루아침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통제받지 않는 권력과 왜곡된 정의감이 허용되는 군이라는 ‘배양기’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이다.


그래서 군 사법 개혁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단순히 제도를 손보는 것을 넘어, 법을 집행하는 자들의 영혼과 철학을 바로 세우는 개혁이 필요하다. 오늘의 이 작은 고발이, 견고한 관행의 바위를 깨는 첫 균열이 되기를 기대한다. 침묵은 괴물을 키울 뿐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이 부조리한 현실에 함께 분노하고, 변화를 위한 싸움에 동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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