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컬럼니스트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 변호사 / 굿투데이뉴스 김경호컬럼니스트
법률가는 대한민국 정의의 수호자여야 한다고 배웠다. 특히 국가안보의 최전선에서 법치를 세우는 군법무관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그러나 최근 한 공익신고 장교의 징계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현실은, 우리가 믿어온 이 명제가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고통스럽게 또 한번 폭로한다. 그 중심에 징계조사를 진행하는 군법무관 B 중령의 모습이 있다.
한 장교가 조직 내 비리를 양심에 따라 신고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그를 보호하라 명하지만, 돌아온 것은 보복성 징계조사 진행이었다. 이 조사를 맡은 B 중령은 헌법의 적법절차 원칙을 조롱하듯 무시했다. 피조사자의 방어권이 담긴 진술은 “워드가 느리다”는 황당한 이유로 묵살했고,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 제시 요구에는 오히려 “스스로 결백을 증명하라”며 입증책임을 전가했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법률가로서의 양심을 내던진 의도적인 법치 파괴 행위다.
더욱 참담한 것은, 이러한 일탈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군 사법 시스템의 구조적 병폐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상명하복의 조직 논리가 헌법 정신을 압도하고, 원하는 보직을 얻기 위해 원칙을 굽히는 문화가 젊은 군법무관들의 내면을 병들게 하고 있다. 이들에게 헌법은 출세의 걸림돌이며, ‘조직의 요청’은 거부할 수 없는 지상 명령이 된다. 오늘 군복을 입고 ‘우아하게’ 법을 유린하는 기술을 체득한 이들이, 내일 법복과 변호사 배지를 달고 우리 앞에 나타나는 자들이라는 것을 그대로 폭로하고 싶다.
국민들은 사법개혁, 검찰개혁을 외치지만, 정작 그 개혁의 가장 근원적인 출발점을 놓치고 있다. 바로 ‘법조인의 요람’ 중 하나인 군법무관 개혁이다. 젊어서 구부러진 가지에서는 곧은 나무가 자랄 수 없다. 잘 다려진 군복의 위엄 뒤에 숨어 법치를 좀먹는 행태를 뿌리 뽑지 않는 한, 사법과 검찰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계속될 것이다.
이번 징계조사는 한 장교의 운명을 넘어, 대한민국 법치의 미래가 걸린 시금석이다. 이 위법한 조사는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지휘부는 군의 명예를 더럽힌 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그래서 또 이 징계장교에 대하여 예전처럼 진정을 했다. 겉모습은 우화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똥’을 또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