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서 취재본부장
전라남도교육청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과 관련해 “하위권 줄고 상위권 늘었다”는 취지의 자료를 배포하면서, 통계 왜곡과 정책 성과 과장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6월 18일(수) 오후 2시 전라남도의회에서 열린 ‘수능 성적으로 보는 전남교육 토론회’에서는 전남교육청의 성적 분석 방식과 해석의 문제점, 그리고 대안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토론회는 박형대 전남도의원, (사)전남교육연구소, 전교조 전남지부가 공동 주최했으며, 패널로는 박정윤 코리아인사이트 대표, 김남철 (사)전남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이행숙 남악고 진로진학부장, 박형대 도의원이 참여했다. 발제자로 나선 최민상 전교조 전남지부 정책실장은 “전남교육청의 발표는 통계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왜곡된 수치와 무리한 해석을 기반으로 교육 성과를 부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요 쟁점 요약]
1. 통계 수치의 왜곡 – 성과 과장을 위한 ‘숫자 놀음’
전남교육청은 2021학년도 대비 2025학년도 수능에서 국어 하위등급(7~9등급) 비율이 14.5%에서 7.6%로, 수학은 8.7%에서 3.4%로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교육청이 임의로 작성한 수치이며, 공식 통계와는 괴리가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21학년도 국어 하위등급 비율은 실제로 7.1%였으며, 2025학년도에는 7.6%로 소폭 상승했다. 수학 역시 2021학년도 하위 비율은 7.7%였지만, 교육청은 이를 8.7%로 과장한 뒤 2025년 수치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이처럼 부풀려진 수치를 기준으로 성과를 강조한 것은, 데이터의 객관성을 훼손하고 공공기관이 신뢰 기반 행정을 포기한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다.
2. 비교 기준의 오류 – 수능 체제 변화 무시한 단순 비교
전남교육청은 수능 체제가 전면 개편된 2022학년도 이후의 제도 변화(가/나형 폐지, 공통+선택형 도입)를 무시하고, 체제가 전혀 다른 2021학년도와 2025학년도를 단순 비교했다. 이는 통계 분석의 기본 원칙을 위배한 것으로, 정책 홍보를 위한 무리한 비교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동일 체제 내 비교에서는 오히려 전남의 하위권 비율이 증가했다. 수학 하위등급 비율은 2022년 26.5%에서 2025년 29.1%로, 국어는 30.5%에서 35.4%로 상승했다. 교육청이 이를 외면한 채 유리한 지표만 골라 강조한 것은 데이터 선택의 편향성을 드러낸다.
3. 근거 없는 정책성과 연결 – 시간적 인과관계 무시
전남교육청은 국어 성적의 향상이 ‘독서인문교육’ 정책의 효과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시기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성립하기 어렵다. 해당 정책은 2023년부터 시작됐으며, 2025학년도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이미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친 이후였다. 정책 도입 전 입학한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정책 효과로 해석하는 것은 사실상 ‘성과 끼워맞추기’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4. 통계의 정치화와 이율배반적 행정
전남교육청은 전국 평균과의 표준점수 격차(2022~2025학년도 전국 대비 –3~4점)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상위·하위 등급 비율만을 강조해 수능 성적 향상이라는 이미지를 조성하려 했다. 이는 명백한 선택적 데이터 활용이며, 통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례로 해석된다.
더불어 수능 성적을 홍보에 활용하면서도 “서열 중심의 발표는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율배반적 태도 역시 교육청 행정의 진정성과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토론회 주요 발언 요약]
박정윤 대표(코리아인사이트)
“수능 체제가 달라진 상황에서 2021학년도와 2025학년도를 단순 비교하는 건 부적절하다. 특히 공적 기관이 발표하는 통계는 신중해야 한다.”
김남철 연구위원((사)전남교육연구소)
“전남 학생의 90% 이상이 수시로 대학에 진학한다. 그럼에도 수능 점수만을 부각하는 접근은 매우 협소하며 시대착오적이다.”
이행숙 교사(남악고 진로진학부장)
“학교 현장은 다양한 진로지도와 활동을 통해 입시 성과를 내고 있다. 수능만으로 학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학교와 교사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박형대 도의원(진보당, 장흥)
“정책은 과정과 맥락 속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단일 지표에 의존하거나 수치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건 교육의 본질을 왜곡하는 행위다.”
[마무리]
전남교육감은 “전남 수능 꼴찌”라는 자극적인 구호는 전남교육의 복합적인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했을 뿐 아니라, 도민의 교육적 자존감을 훼손하고, 수년간 현장에서 이뤄진 수업혁신과 교육공동체의 실천을 평가절하하는 결과를 낳았다.
오늘날 대입의 약 80%는 내신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하는 수시 전형으로 선발되며, 수능 성적 중심의 정시 전형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전남 지역 고등학생의 약 80~90%가 수시모집으로 진학하고, 그 중 상당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조차 요구하지 않는다.
입시제도와 지역학생들의 입시에 대한 몰이해, 수능 중심의 고루한 사고, 수능만능 교육정책이 얼마나 잘못된 기준인지를 전남교육청은 명확히 알아야 한다.
교육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 지표와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수능성적이라는 단일 지표에만 의존하여 평가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왜곡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가 김대중교육감에 대해 학력저하 이야기를 하지 않은 이유는 그러한 기준으로 전남교육을 평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으며, 학생들의 노력과 학교 교육의 가치를 폄훼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 성적 분석이 정책 평가의 보조적 도구가 될 수 있기에 성실하고 정확한 접근이 필요하다. 2025년 6월 9일 전남교육청이 배포한 보도자료는 통계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는 부적절한 비교와 해석을 통해 교육성과를 과장하고 있고, 전남교육청이 앞장 서서 수능 점수로 줄세우기를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사교육 업체에서 사용할 법한 낯 뜨거운 홍보 문구와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도 모자라서, 거짓된 수치와 고의적 왜곡으로 도민을 속이는 행위에 대해 전라남도교육청과 김대중교육감은 석고대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