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언 편집본부장
한림대학교 글로벌협력대학원 UN평화안보협력전공 하영재 전공주임교수 최근 학군사관후보생(ROTC) 지원율 하락 문제가 우리 군의 초급장교 수급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언론에서도 연일 관련 보도가 이어지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필자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육군학생군사학교 교육여단장으로 근무하며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이 문제는 단순히 지원자 수의 감소를 넘어서 본질적인 문제는 우리 군의 미래를 이끌어갈 '우수 자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병사들의 봉급 인상 및 복무 여건 개선은 장병 사기 진작에 긍정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장교 복무의 경제적 매력이 감소했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더 큰 문제는 우수한 학업 능력과 리더십 잠재력을 갖춘 인재들이 ROTC를 매력적인 진로로 고려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다른 분야로 진출하면서, 우리 군은 미래의 핵심 리더가 될 인재를 놓치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부와 정치권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활지원금 인상, 해외연수 기회 확대, 숙소 개선 등 처우 개선책이 추진되고 있으며, 국회에서는 ROTC 지원 특별법 발의까지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필자는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과감하고 근본적인 접근, 즉 '우수 자원 확보'에 초점을 맞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역설하고 싶다.
필자는 현재 전국 108개 대학에 설치된 학군단을 우수 대학 위주로 절반 수준으로 과감하게 축소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는 단순히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소수 정예의 '우수 자원'을 집중적으로 선발하고 육성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이다. 학군단 수를 줄이는 대신, 선발된 후보생들에게는 최고의 교육 환경과 파격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우수한 자원으로 선발된 후보생들에게는 후보생 기간 2년 동안 등록금 전액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 미래의 장교로서 국가에 헌신할 인재들에게 당연히 제공해야 할 최소한의 보상이다. 더 나아가, 사관학교 생도들과 동등한 수준의 품위 유지비를 지급하여 자긍심을 가지고 학업과 군사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최고의 교육과 지원 속에서 장교로 성장한 '우수 자원'들은 전역 후 사회에서도 그 역량을 인정받으며 성공적인 진로를 개척할 수 있다.
군에서 체득한 리더십, 책임감, 조직 관리 능력, 위기 대응 능력 등은 어떤 분야에서든 귀하게 쓰이는 자산이다. 특히 우수한 자원일수록 군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더 큰 역량을 키울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전역 후 사회 진출 시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된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장교 출신들의 뛰어난 조직 적응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이는 ROTC 출신들이 전역 후에도 안정적으로 사회에 안착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된다.
결국 ROTC에 대한 투자는 단순히 군 인력 확보를 넘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우수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국가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우수 자원이 장교가 되면 전역 후 취업은 해결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학군단 축소에 대한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양보다 질이다. 우수한 대학에서 선발된 소수 정예 후보생들이 최고의 지원 속에서 성장한다면, 이들이 배출될 때 우리 군의 초급장교 자원은 질적으로 훨씬 향상될 것이다.
이는 곧 우리 군의 전투력 강화와 직결되며, 나아가 국가 안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ROTC는 우리 군의 미래를 책임질 초급장교의 핵심 공급원이다. 이들이 흔들리면 군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ROTC 지원율 하락이라는 위기를 '우수 자원 확보'라는 기회로 삼아, 학군단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고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할 때이다.
우수 자원 확보와 파격적인 지원, 그리고 전역 후 성공적인 사회 진출이라는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ROTC를 다시 한번 명예롭고 매력적인 선택지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스마트한 강한 국방과 밝은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