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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법 칼럼(19)】 ‘성인지 감수성’ 뒤에 숨은 재판의 비민주적인 ‘이분법’을 경계한다. 젠더갈등은 ‘섣부른’ 판사들이 만든 결과물 - 법대는 이분법의 유혹을 뿌리치고, 모든 주장을 증거의 저울에 올려놓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하는 민주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 기사등록 2025-06-17 13: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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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 변호사 / 굿투데이뉴스 김경호컬럼니스트

판사는 헌법을 수호하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보루이다. 그 판결에는 민주주의 수호 의지가 반영되어야 하고, 판결에 이르는 과정과 방법 또한 민주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젠더 갈등의 첨예한 성범죄 재판에서 법대는 민주적 숙의가 아닌 위험한 이분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법리의 본질을 오해한 결과이며, 형사재판의 대원칙을 흔드는 일이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성범죄 피해자가 처한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즉시 신고하지 않거나 저항하지 못하는 등)을 섣불리 불신하지 말라는 요청이다. 이는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하나의 ‘관점’이지, 증거재판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뛰어넘는 ‘예외’가 아니다. 성인지 감수성을 적용하려면, 피해자가 실제로 ‘2차 피해의 두려움’ 등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또한, 이는 피고인의 합리적인 탄핵 주장까지 묵살하라는 면죄부가 결코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판사의 민주적 책무가 드러난다. 판사는 헌법 제103조에 따라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우리 헌법이 민주주의를 추구하기에, 판사의 심판 목적과 과정 역시 민주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이분법적 사고를 해서는 안 된다. 이분법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주장 중 어느 한쪽이 맞다고 선택하고 그것만 판결문에 쓰는 태도이다. 민주적 사고는 다르다. 둘 중 누구의 주장이 더 신빙성 있는지 선택한 후, 그 근거를 증거로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배척되는 반대편 주장을 왜 믿을 수 없는지 그 이유 역시 증거에 입각해 상세히 설명하는 것이다. 이것이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설득을 포기하지 않는 민주적 판결이다. 그런데 충격적이지만 이러한 설명자체가 없다. 판사들이 권위주의에 뻐지는 대목이다. ‘내가 옮다고 하면 옮아’ 일방적인 판결문을 쓰고 있다.


춘천지방법원의 한 강제추행 판결(2024고단000)은 이러한 우려를 현실로 보여준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다는 점을 들어 유죄를 인정했다. 피고인 측이 제기한 ‘같은 방에 두 피해자 진술어 서로 명백히 다른 점’에 대한 경험칙상 의문에 대해서는 별다른 배척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된다.” 며  성인지 감수성 법리를 원용해 배척했다.


하지만 이는 피고인 측의 핵심적인 반론을 충분히 논파하지 못한 이분법적 선택에 가깝다. 피고인은 ‘범행이 40~50분간 지속되었다는 공소사실과 피고인의 출근 통화기록(05:28) 사이의 물리적 시간 모순’, ‘다수 인원이 한 공간에 있던 상황에서 서로 다른 진술’ 등 구체적인 증거와 논리로 합리적 의심을 제기했다. 판결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채택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그칠 뿐, 피고인이 제기한 이 ‘합리적 의심’이 왜 합리적이지 않은지를 증거로써 충분히 깨뜨리지 못했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이름 아래, 이분법적 비민주적인 판단을 해버린 것이다.


판사는 이러면 안된다. 판사는 끝까지 민주적인 태도로 피고인이 주장에도 무시가 아닌 배척하는 설명을 해야 한다. 그 설명을 하는데 실패하면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어 무죄를 선고해야 하는 것이지, 아예 설명 자체를 생략해서는 절대 안되는 것이다. 그 설명을 생략하는 순간 판사는 인간이 아닌 신의 경지에서 인간을 판단하는 자가 되어 버린다.


성인지 감수성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소중한 가치이다. 그러나 그것이 법관의 민주적이고 치열한 증거 판단 의무를 면제해 주지는 않는다. 피해자의 특수한 사정을 헤아리는 것과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합리적 의심을 논파하는 것은 양립해야 할 재판의 두 기둥이다. 한쪽 기둥을 무너뜨린 채 세워진 판결은, 설령 선의에 기반했더라도 결국 사법 불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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