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컬럼니스트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 변호사 / 굿투데이뉴스 김경호컬럼니스트
군 사법의 정의가 뿌리부터 썩어 들어가고 있다. 그 원인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변호사 시험에 갓 합격하여 법복을 입은 젊은 군법무관들의 불성실이 무능과 무책임으로 이어지고, 이를 덮기 위한 교활한 법 기술이 군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한 간부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제출한 항고장은 80일 넘게 육군본부 법무실 책상 위에서 잠자고 있었다. 규정이 정한 심의 기한(최장 60일)을 어찌 된 일이냐는 물음에 돌아온 군법무관의 답변은 궤변 그 자체이다. “항고심사계획서를 보고하지 않았으므로 심의 기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자신의 명백한 직무유기를, 오히려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면죄부로 삼는 오만의 극치이다. 법의 수호자가 자신의 게으름을 방패 삼아 법을 무력화시키는 현실, 이것이 군 사법의 민낯이다.
이들의 도덕적 해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들의 위법한 직무 처리로 징계가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것이 명백해지면, 이들은 더욱 교활한 꼼수를 부린다. 이미 항고심사 기간이 수개월이나 지났음에도, 패소를 면하기 위해 뒤늦게 항고심사위원회를 기습적으로 개최한다. 그리고는 징계 초기부터 존재했던 사유를 뒤늦게 발견한 척하며 ‘기습 감경’ 처분을 내린다. 항고심사위원들은 이들의 패소 방지 작전에 동원된 ‘거수기’로 전락할 뿐이다. 이는 정의 실현이 아닌, 오직 패소를 면하려는 비겁한 책임 회피이자 사법 절차에 대한 심각한 농락이다. 더 한심한 것은, 이런 꼼수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그 위법성을 꿰뚫어봐 결국 징계 전체가 취소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들의 무능이 그들의 썩은 양심만큼이나 깊다는 것을 증명한다.
법 기술만 익혔을 뿐, 성실과 책임이라는 법 정신을 내팽개친 군법무관은 군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군은 이들의 오만과 위선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총구 이전에, 법을 집행하는 자의 양심에서 군의 기강이 바로 선다는 것을 명심하고 썩은 뿌리를 즉시 도려내야 한다.
※ 이런 군법무관들을 야전 군인들은 아직도 ‘철썩같이’ 믿고 있다는 점이 필자를 더욱 서글프게 한다. 헌법 제12조 제1항 ‘적법절차 원리’의 법철학은 “강한 권한은 강하게 썩고, 비판없는 권한은 반드시 썩는다”인데, 야전 군인들은 자신이 ‘처벌받을 차례’가 되면 그때 알게 된다는 점이 그냥 필자를 슬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