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한림연구실】 한국 안보 환경에 부합하는 '문민 국방장관' 자격 논의의 필요성
  • 기사등록 2025-06-01 15:06:59
기사수정

한림대학교 글로벌협력대학원 UN평화안보협력전공 전공주임 하영재 교수 (예비역 육군 준장)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국방부 장관의 자격과 관련하여 '문민 장관'의 정의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문민 통제(Civilian Control)의 원칙에 따라 국방부 장관직은 군에 대한 민간의 우위를 확립하기 위해 민간인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적인 예로 스페인의 카르메 차콘 전 국방장관 사례는 군사적 배경이 없는 민간인이 국방 정책의 수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로 언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안보 환경은 스페인을 포함한 많은 국가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우리는 여전히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가 지속되는 분단 상황에 놓여 있으며, 이는 국가 안보와 국방 정책 수립에 있어 매우 복잡하고 엄중한 고려를 요구한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국방장관 자격, 특히 '문민'이라는 정의를 논할 때는 이러한 고유한 안보 현실을 면밀히 반영해야 한다. 


단순히 군 출신이 아니라는 형식적 기준을 넘어,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가장 효과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한국의 국방장관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우리의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여러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다. 이는 '문민 국방장관'의 개념을 확장적으로 해석하는 근거가 될 때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


첫째, 군사 체계 및 작전에 대한 이해이다. 직접적인 전투 경험이 없더라도, 국방 시스템의 작동 방식, 군의 특성, 그리고 작전 환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군과의 효율적인 소통과 정책 결정에 필수적이다. 


둘째, 한반도 안보 및 국제 정세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이다. 남북 관계의 복잡성, 동북아시아 및 국제 정세의 변화를 정확히 분석하고 예측하여 국가 안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셋째, 정치적 중립성 및 정책 일관성 유지 능력이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국방 정책이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되도록 관리하며,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넷째, 위기 관리 및 대응 능력이다. 북한의 위협 등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며, 군사적 긴장을 관리하고 확전을 방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기 대응 역량이 중요하다.


다섯째, 효과적인 국제 협력 추진 능력이다. 한미동맹을 핵심으로 국제사회와의 국방·안보 협력을 강화하여 우리의 안보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외교적 역량이 필요하다. 


여섯째, 국민과의 소통 및 국방 정책 설명 능력이다. 국방 정책의 중요성과 방향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국민의 안전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이러한 요구 조건들을 고려할 때, '문민 국방장관'을 '군 복무 경험이 전혀 없는 민간인'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한국의 특수한 안보 현실에 비추어 재고할 필요가 있다. 단기 복무 경력이 있거나, 국방·안보 분야의 학술 또는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며 군사 및 안보 관련 깊이 있는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 인물 또한 넓은 의미의 '문민적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실제로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문민 통제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군 출신 인사가 국방장관직을 수행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의 경우, 퇴역 후 일정 기간(현재 7년)이 경과해야 국방장관이 될 수 있다는 규정을 통해 문민 통제를 제도화하고 있으나, 예외적으로 의회의 승인을 거쳐 기간 제한을 두지 않는 사례도 존재한다. 이는 군 경험을 가진 인물의 전문성을 국가 안보에 활용하되, 민간의 통제 원칙을 명확히 하려는 균형적 접근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상시적인 안보 위협에 직면한 이스라엘의 경우, 국방장관직에 군 출신 인물이 임명되는 경우가 한국보다 빈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의 국방장관은 '문민'이라는 표면적 기준보다는 위에 제시된 다양한 자질과 능력을 종합적으로 갖춘 인물이 맡아야 한다. 우리의 복잡하고 위험한 안보 환경 속에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군에 대한 문민 통제 원칙을 확고히 하되, 실질적인 전문성과 위기 관리 능력을 갖춘 최적의 인물을 선택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의 '문민 국방장관'에 대한 정의는 이러한 실효적 측면을 중심으로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5-06-01 15:06:59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배너
배너
배너
광주교육진흥원
전라남도교육감-강숙영 박사
추천기사더보기
뉴스리뷰더보기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 내외, 진관사 방문…“국민 상처 보듬고 국정 정상화 매진”
  •  기사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 내외, 은평 연서시장 깜짝 방문…“소상공인 살아야 경제 산다”
  •  기사 이미지 광복 80년 빛 축제 `80개의 빛, 하나된 우리`…광화문서 8일간 열린다
정책공감_리뉴얼
월간 Hot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