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컬럼니스트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 변호사 / 굿투데이뉴스 컬럼니스트
오늘날 대한민국 군이 처한 위기는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무지와 무사유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특히 군복무기본법 제5조에 명시된 국군의 이념과 사명, 그리고 군인의 숭고한 정신은 구호로만 외쳐질 뿐, 실천의 현장에서는 종종 뒷전으로 밀린다. 그러나 2024년 12월 3일, 계엄 발동의 밤에 이를 온몸으로 실천한 세 명의 군인이 있었다. 김문상, 조성현, 김형기. 그들은 명백히 ‘국민의 군대’가 무엇인지 몸소 증명했다.
김문상은 서울 상공에 진입하려는 헬기 작전을 40분간 막아내 국회의 존립 시간을 벌어냈다. 조성현은 부하들에게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 명령하며, 국회의 내란 청문회에서 “윤석열이 의원을 강제로 끌어내라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김형기는 법정에서 윤석열의 면전에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진짜 군인의 정신을 외쳤다. 이들은 육군복무기본법 제5조 제3항이 요구하는 “진정한 용기”와 “죽음을 무릅쓴 책임감”의 결정체였다.
무엇보다 이들의 진가는 단순한 직무이탈 거부가 아니다. 이들은 자신이 이룬 모든 경력을 걸고, ‘사람이 아닌 헌법에 충성’하는 길을 택했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국민과 국가에 대한 충성이란 말이 구호가 아니라, 실천의 기준이 되려면 이들처럼 “진급보다 정의, 출세보다 헌법”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군은 묻혀 있던 복종과 충성의 개념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충성은 대통령이 아니라 헌법과 국민에게 하는 것이며, 복종은 적법한 명령에만 따른다는 것이 군법의 상식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간부들은 충성과 복종을 혼동한 채, 윗사람의 눈치만 살핀다. 이는 군대를 특정 정권의 사병집단으로 타락시키는 지름길이다.
세 명의 비육사 출신 장교들이 실천한 ‘헌법에 대한 충성’은 군 개혁의 이정표이다. 육사 중심의 폐쇄적 인사 구조를 개방하고, 충성과 복종의 본래 의미를 교육하며, 진짜 국민의 군대가 되도록 전면 재구성해야 한다. 군인의 직무는 명예롭고, 군인의 복무는 헌법에 닿아 있어야 한다.
이 세 사람이 보여준 선택은 단순한 ‘항명’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진정한 충성’이며, 우리가 군을 존경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다. 이들이야말로 ‘죽음을 무릅쓰고 책임을 완수한’ 진정한 군인이다. 이제 국가와 군은 그들에게 응답해야 한다. 이들이 지킨 헌법, 우리가 지켜야 할 대한민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