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원 발행인
(사진=화순창랑적벽앞/동복댐상류) 굿투데이뉴스 대표 / 죽향풀뿔리정책포럼 회장 정석원
대한민국의 군 역사는 ‘육사공화국’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소수의 육군사관학교 출신 인사들이 장악한 군권, 그 군권이 정치권으로 넘어가며 자행된 쿠데타와 군사정변의 역사,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어지는 장군 진급의 독점 구조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고질적 병폐다.
육사 출신 장교들이 주도한 군사반란은 결코 단 한 번이 아니었다. 반복되었고, 조직적이었다. 그리고 매번 권력의 정점으로 직행하였다.
♦ 1961년 5·16 군사정변 – 박정희 소장이 이끈 쿠데타로, 육사 출신들이 주요 기획 및 실행에 참여했다.
♦ 1979년 12·12 군사반란 – 전두환,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육사 11기 중심의 신군부가 군권을 장악했다.
♦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 및 5·18 광주 진압 – 국민을 향해 총구를 겨눈 이 참혹한 진압도 육사 출신들이 지휘했다.
♦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설치 – 헌정을 중단시키고 전두환을 권좌로 올린 기구 역시 육사 중심 체제였다.
♦ 2024년 12·3 국가 내란 사태 –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군 내부 육사 출신 인사들이 기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의심되는 현대판 쿠데타, 아직 진상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국방과 검찰 권력의 유착을 통해 헌정 파괴 시도가 벌어졌다는 정황은 명백하다.
육군사관학교는 매년 200여 명의 장교를 배출한다. 또한 ROTC의 초급장교는 1987년 약 3600여명, 현재는 약 2700여명을 배출한다. 현재 3사관학교 초급장교는 400~500 여명, 학사장교는 300~400여명의 초급장교를 배출한다. 이 통계로 보아 1987년도에는 비육사출신의 초급장교들이 현재보다도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기준으로 대한민국육군은 육사출신 200여명, 비육사출신의 약3500여명의 기준으로 보아서 육사출신은 5.7%에 불과하다. 그러나 준장 진급자의 70%, 전체 장군의 80%가 육사 출신이다. 이것은 공정한가?
동등하게 입대하여도, 출신 배경에 따라 승진과 권한이 결정되는 이 구조는 이미 ‘군 내부의 신분제’에 가깝다. ROTC, 3사관학교, 학사장교 출신들은 ‘장군의 벽’ 앞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당하고 있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쿠데타의 고리를 끊으려면 무엇부터 없애야 하는가?
정치군인을 막으려면 어떤 특권 구조를 해체해야 하는가?
권력에 복종하는 군이 아니라, 헌법에 복종하는 군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개편해야 하는가?
답은 명확하다.
육군사관학교는 폐지되어야 한다.
육사는 더 이상 국방의 상징이 아니라, 군권 독점과 쿠데타의 상징이 되었다. 이제는 폐쇄적 엘리트 중심 군 인사체계를 개방하고, ROTC, 3사관학교, 학사장교 출신 등 다양한 출신의 장교들이 서로 견제하며 균형 잡힌 지휘체계를 형성해야 한다.
군은 국가를 지키는 조직이지, 권력을 지키는 조직이 아니다.
이제 육사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군사 정변의 유산 위에 민주주의를 세울 수 없다. 헌법 위에 군림하는 군을 허용할 수 없다.
지금이 바로, 육사 폐지를 선언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