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원 발행인
(담양군 대덕면 용대로 벚꽃길에서) 굿투데이뉴스 대표 / 죽향풀뿌리정책포럼 회장 정석원
지난 4월 4일, 대한민국 헌정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국민은 외면 당한 헌법을 되살렸고, 민주주의는 다시 한 번 심폐 소생을 받았다.
그러나 이 격변의 시점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한 목소리가 있다. 바로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헌론이다. 시점이 절묘하다. 아니, 의심스럽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중대한 정치적 전환 앞에서, 국민의 분노와 기대가 대선 정국으로 향하는 이때, 국회의장이 꺼낸 뜬금없는 개헌 화두는 시대의 과제를 흐리는 ‘연막탄’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더 기이한 장면은 이 개헌론에 얼씨구 좋다고 화답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면면이다. 전해철, 김경수, 한동훈, 안철수. 서로 다른 진영에서 움직여온 인물들이 갑자기 한목소리로 ‘개헌’을 말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개헌을 꺼내든 그들의 의도는 과연 무엇인가? 그들이 바라보는 개헌의 종착지는 ‘국민주권’인가, 아니면 ‘정치 생명 연장’인가.
국민은 안다. 아직 윤석열 정권의 12.3 내란 시도에 대한 진실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계엄령 문건과 같은 위헌적 시도, 국민을 상대로 한 반헌법적 공작, 평화 시위를 탄압하려 했던 시나리오, 수많은 시민을 수거해 제거 후 종이관에 담으려 하였던 폭압의 전조. 그날의 책임자들은 아직 건재하고, 수사는 멈춰 있다.
검찰은 손을 놓았다. 특검법은 거부권에 가로막혔다. 청와대 권한대행들은 침묵하거나 방해하고 있다. 유일하게 공수처만이 그나마 ‘수사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개헌인가?
국민의힘은 이미 12.3 내란 기도에 동조한 정당이다. 그들과 마주 앉아 개헌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 명령을 모욕하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헌 테이블’이 아니라, 진실의 법정, 정의의 심판대다.
우리는 지금 물어야 한다.
왜 지금 개헌인가?
왜 그들은 입을 모아 개헌을 외치는가?
이 혼란의 정국 속에서 누가 진짜 민주주의를 지키려 하는가?
지금은 결코 정치적 협상의 시기가 아니다. 지금은 12.3 내란세력을 뿌리 뽑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할 시간이다.
지금은 무너진 헌법을 바로 세우고, 정의를 회복하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끝까지 이어가야 할 때다.
우리는 용서할 수 없다. 우리는 잊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외친다.
지금은 개헌이 아니라, 척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