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원 발행인
[굿투데이뉴스 대표 / 죽향풀뿌리정책포럼 회장 정석원]
헌재는 침묵하고, 시간은 독재를 향해 흐른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 심판 청구가 접수된 지 한참이 지났건만, 헌법재판소는 침묵하고 있다.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 위반, 공권력의 남용, 야당 대표에 대한 표적 수사, 언론 통제, 공영방송 장악, 검찰권의 정치적 악용 등 숱한 사유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여전히 무심하다.
시간은 누구의 편인가?
4월 18일, 두 명의 헌법재판관—문형배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난다. 이들의 자리는 대통령의 몫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게 되면, 헌재의 지형은 급변한다. 그가 임명한 재판관이 5명으로 늘어나고, 탄핵 심판의 최종 결정은 윤석열의 손아귀 안에서 사실상 봉쇄된다.
이 시나리오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전형적인 사법 통제 전략, 권력을 사수하기 위한 정치적 시간표다. 헌재가 침묵하는 사이, 윤석열 정권은 시간을 벌고, 구도를 바꾸고, 결국 ‘복귀’라는 시나리오를 완성하려 하고 있다.
그 순간이 오면, 민주주의는 다시 꺾인다. 사법부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고, 대통령의 방패로 기능하며, 제2의 계엄령, 검찰독재 완성이라는 검은 그림자가 대한민국을 뒤덮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지금의 헌재는 그 책무를 유기하고 있다. 권력 앞에 고개를 숙이고, 헌법 정신을 방치하며, 정권의 이해관계에 눈을 감고 있다. 재판관 개개인이 중립을 지키는 듯 보이지만, 집단적 침묵은 사실상 정치적 편향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
이 나라는 누구의 것인가?
시민의 주권은 선거에서 한 번 행사되는 것이 아니다. 헌법이 침해되고, 권력이 광기를 보이며, 정의가 질식당할 때, 시민은 침묵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지금 우리가 일어서지 않으면, 곧 우리가 무릎 꿇게 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사법 장악 시도가 성공하는 순간, 역사는 퇴행하고, 헌법은 무력화되며, 국민은 다시 ‘국가의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 어두운 길을 막을 마지막 기회가, 지금 눈앞에서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