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기 산업안전취재본부장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굿투데이뉴스 재난안전취재본부장
똑같은 사람이 사망했는데 어디에서 사망했느냐에 따라서 중대시민재해로 인한 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받지 않을 수도 있다. 뭔가 문제가 있다. 중대시민재해에 대해 개선이 필요한 이유이다. 반면에 중대산업재해는 5인 이상 사업장이면 대상이 되어서 처벌이 가능하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했던 강동구 지반침하(땅꺼짐)로 인해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안타깝게 사망했다. 이 사고는 중대시민재해에 해당될까? 대부분 국민들은 당연히 해당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중대시민재해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난주 경산시에서 아이 엄마가 아이를 안고 병원에서 나오다가 입구에 있는 하수구 덮게를 밟았다가 구멍에 빠지는 사고가 있었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만약, 만약에 이 사고로 사망이 되었다면 중대시민재해에 해당될까? 역시 해당되지는 않는다.
지난 2월 25일 세종포천#고속도로 공사중 교량 거더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만약 그 밑을 지나던 국도에 교량거더가 떨어져 차량의 운전자가 사망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고 역시 중대시민재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가 생기는 것은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공중이용시설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서 특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는 시설에서 사고가 나더리도 공중이용시설에 해당되지 않아 처벌을 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관리주체들은 공중이용시설이 아닌 일반시설에 대해서는 무관심 할 수 밖에는 없다. 예산, 인력, 점검 등이 제대로 투입되지 않다 보니 필연적으로 사고로 연계된다. 그러나 처벌을 받지 않다보니 관리는 더 부실해질 수 밖에는 없게 된다.
따라서 시행령에 특정된 공중이용시설을 없애야 한다. 사실 공중이용시설을 특정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처벌대상의 범위를 축소시켜 관리주체 기관장들이 책임소재에서 빠져 나갈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일반 국민들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관리주체가 관리하는 영조물 전체로 중대시민재해의 공중이용시설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하수도 덮개나 도로상의 땅꺼짐을 비롯하여 포트홀로 인한 사고도 중대시민재해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강동구 땅꺼짐은 지하에서 공사중이던 서울지하철 9호선 터널의 부실공사가 주요원인으로 추정된다. 연약지반 특성상 지반보강과 차수, 계측 등의 미흡(부실공사 가능성)으로 터널 천단이 붕괴되면서 상부 도로가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는 중대시민재해에 해당이 될까?
역시 이 경우에도 중대시민재해에는 해당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여러가지 논란은 있겠지만 공사 중인 터널은 시행령에 따른 공중이용시설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시행령에서는 실내공기질관리법, 시설안전법, 다중이용업소안전관리법, 기타 유지관리 시설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당이 되어야 하는데 그 대상으로 보기에는 법리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물론 법령상에서 설계, 설치, 관리 상의 결함이라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 진행형이 아닌 과거형으로 보아야 한다. 공중이용시설을 만들어 유지관리를 하다가 사고가 났을 때 발생원인이 설계상이냐, 부실시공과 같은 공사과정의 문제냐, 아니면 유지관리의 문제냐에 대한 개념의 접근 방법이라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유지관리 측면에서 법을 제정해서 그렇다고 봐야 한다.
이런 이유로 공사중 부실공사나 과실을 원인으로 작업자가 아닌 일반인이 사망되었을 경우에는 중대시민재해가 아닌 이유이다. 따라서 중대시민재해 공중이용시설을 특정하지 않고 영조물로 그 대상을 전체로 확대하고 공사 중의 원인으로 인해 일반인이 사망한 경우까지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건설업계에서는 반발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와 국민안전을 위해서는 꼭 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