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원 기자
지난밤(9월18일) 차이나클럽의 톡방을 만들자마자 평소 가장 존경하여 왔던 오정운(58년생, 담양군 대전면 출신)선배로부터 전화를 받고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이 선배는 생존률이 낮은 육종암에 걸려서 서울에서 수술을 하고, 전대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면서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는 그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저녁이었던 것 같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불멸의 밤을 보내며 그와 인연이 형성되었던 과거를 회상하여 본다.
2년 전에 뇌경색으로 쓰러졌으나 본인이 정상인으로 복귀하여야 한다는 강력한 정신력과 감당하기 힘든 운동을 통하여 정상인에 가깝게 건강을 회복하는 불사조의 정신력을 보여 주었던 선배이다. 그에게 병문안을 할 때 희망에 찬 미래의 설계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며 설명하는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난 2004년경 중국 심양에서 아는 지인을 통하여 소개를 받아 알게 된 인연, 한국산업인력공단 공채 1기 출신, 직장을 그만두고 건설업을 하던 중 제주도에서 목조 주택 공사를 하며 자재 발주를 중국에 아는 지인(건축사)에게 하였는데, 자재가 예정대로 들어오지 않아서 공사를 완료할 수가 없어서 직접 중국으로 들어와 담판을 지어 어렵사리 공사 마무리를 지었던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인하여 중국에 들어와 목조 주택의 모듈화 작업을 통한 사업이 사업성이 크다고 판단하여, 중국 심양에 자리를 잡았다.
한편으로는 목조주택 모듈화 사업을 진행하고,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부족한 설계 능력을 배양하기 위하여 동영상강좌를 통하여 자습으로만 학습하여 오토캐드로 설계하고, 3D-MAX로 재질을 입히는 그의 한옥설계 및 조감도는 정말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특히 한옥의 곡선으로 표현되는 추녀의 설계는 환상이었고, 당시 한국 국내는 일반적으로 2D오토캐드로 한옥 설계를 하고 있을 때, 그는 3D오토캐드로 한옥을 설계하여 한치의 오차 없이 정확한 설계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었다. 내가 보기에 한옥 3D설계 분야에서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독보적인 인물일 것이라 난 감히 확신한다.
지난날 필자 또한 자습으로 3D-MAX의 실력을 배양하여 차량용 냉온수기 제작을 위한 외관 설계를 할 때, 그는 한옥외관 재질래핑을 하면서 3D-MAX에 대한 토론과 서로의 실력 평가를 위해 자웅을 겨루던 때가 생각난다. 또한 3D-MAX로 래핑하여 놓은 그의 한옥 및 단지 조감도는 한차원 높은 수준의 테크닉을 선보였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는 그후 어느 때인가 중국 사업을 모두 접고, 한국 국내로 복귀하였고, 2011년~2013년까지 전라남도 화순군 주관 사업인 “능주잠정햇살마을” 건립의 한옥 건축을 담당하여 우미건설과 함께 성공적으로 단지 사업을 완성 국내에서는 한옥 단지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활을 담당 하여 왔다. .
그는 지난 세월 갖은 노력을 다하여 자신의 실력을 키워 한 시대를 이끌어 보려고 하였으나, 그에게 찾아온 불치병 육종암이 웬 말인가? 그 어떤 노력과 의지로도 극복할 수 없기에 그저 숙명으로 받아 들여라고 하기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는 얼마 후 한옥의 토기와(흙기와) 개발과 생산을 위해 중국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한다. 그는 왜 이렇게 무리를 하려 할까? 그 이유는 한옥의 대중화를 하려면 시공비를 절감하여야 하는데, 이에 대한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작업이기에 본인이 꼭 중국에 들어가서 이 일을 하여야만 한다고 한다. 현 상황의 안타까움을 뭐라 표현할 언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또한 그는 이제 한옥 임대주택과 한옥형 임대아파트로 주거문화가 변화 되어가는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한옥 임대 주택은 주거 문화를 획기적으로 변화 시킬것이며, 우리 고유의 전통 건축이 되살아 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한옥의 건축 문화를 해외로 수출하고, 한옥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어 한옥 건축 문화가 지구 온난화 주범인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건축물 대안으로 전혀 손색이 없으며 RC조 건축물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열변을 토한다. 이젠 좀 쉬어도 되련만 일욕심이 많은 그는 내려놓기가 어려운가 보다. 그의 이러한 정열적인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가슴이 아려 온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그는 죽음을 초월한 자세를 견지하며, 그가 이렇게 까지 일에 대한 강한 집착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를 생각하여 보며, 그 유명한 철학자 스피노자의 명언 "비록 지구가 내일 멸망한다 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겠다"를 되새겨 본다. 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또 하나의 기적이 그에게 찾아 올지도 모른다.
나는 일반적으로 이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에게 무슨 말로 위로하여 줄 좋은 방안을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 그에게 닥쳐온 불행을 바라보며 나에게는 아직 불행이 오지 않았기에, 그의 상황에 안타깝게 생각하고, 괜히 죄송하고 미안해서 그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여야 할 지를 모른다. 우리는 이런 불행을 당한 사람에게 계속 전화하여 병의 진행 상황을 물어보기가 미안하여 전화 하기를 주저 하게 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우회하여 그의 병의 진행 상황을 그와 가까운 다른 사람을 통하여 듣다 보면, 정작 당사자인 그와의 연락이 거의 없어진다.
지난 5년 전에 나에게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기에 두 번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불행을 닥친 당사자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 가서 항상 같이 있으면서 손잡아주고, 희노애락을 같이 나누고, 항상 같이 동반하여 준다면 그에게 최소한 외로움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
2022년9월19일 정석원비망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