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기 산업안전취재본부장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굿투데이뉴스 재난안전취재본부장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지만 국민들은 우울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불안한 와중에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7C2166편)참사로 179명이 안타깝게 희생되었다. 여객기 참사를 애도하면서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과 가족분들께 진심어린 위로의 마음을 전해드린다.
안타까운 사고는 왜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법적, 제도적인 부분을 포함한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과 이행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를 비롯하여 많은 사고들을 경험했다. 그렇지만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아직도 사회 곳곳에는 허술한 구멍들이 많이 있는 상황이다. 지금부터라도 사고 발생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고가 발생한 정확한 원인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추정되는 원인을 요약해보면 조류충돌, 기체결함, 공항시설 결함, 조종사 실수, 테러 가능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만약 사고원인이 공항시설 결함으로 밝혀질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시민재해에 따른 처벌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항공기의 착륙을 유도하는 항행안전시설인(로컬라이저)를 포함한 활주로와 같은 공항시설은 공중이용시설 대상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시민재해 대상이 되는 공중이용시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3조에서 4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대상은 ① 법 제2조제4호가목의 시설 중 별표 2에서 정하는 시설 ② 법 제2조제4호나목의 시설물 중 별표 3에서 정하는 시설물 ③ 법 제2조제4호다목의 영업장 ④ 법 제2조제4호라목의 시설 중 다음 각 목의 시설이 그것이다.
공항시설법 제2조제7호의 공항시설 중 연면적 1천5백제곱미터 이상인 여객터미널은 공중이용시설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번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공항의 항행안전시설인(로컬라이저)를 포함한 활주로와 같은 공항시설은 그 어디에서도 공중이용시설에 해당되는지를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대산업재해에 치중됐고 단시간 내에 졸속으로 만들어진 까닭이다. 이번에 사고가 발행한 공항시설뿐만 아니라 국민들 대부분이 주거하거나 활동하고 있는 공동주택, 오피스텔 건축물, 교육시설, 주택 등도 제외되어 있다. 국민들을 안전하게 하겠다고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의 역할을 온전히 기대할 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지금이라도 중대시민재해에 따른 공중이용시설 대상의 적절성을 분석하고 미흡한 시설은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만약 사고원인이 기체결함이었을 경우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항공사업법」 제2조제7호에 따른 항공운송사업에 사용되는 항공기에 해당되어 중대시민재해에 해당될 수가 있다. 그러나 실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설치, 관리상의 결함이 발생하게 된 4가지 안전 확보의무를 위반해야만 한다. ①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ㆍ예산ㆍ점검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②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③ 중앙행정기관ㆍ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④ 안전ㆍ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위반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고시인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의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편성 지침」가 마련되어 있다. 명칭만 보아서는 필요한 인력이 몇 명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지침 제4조(공중교통수단 관련)에 따른 내용을 살펴보면 공중교통수단의 유해ㆍ위험요인 확인ㆍ점검이나 공중교통수단의 유해ㆍ위험요인이 발견 또는 신고 접수된 경우 긴급안전점검, 긴급안전조치(운행제한 등), 차량 등의 정비ㆍ보수ㆍ보강ㆍ교체 등 개선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ㆍ편성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인력, 예산, 점검 등에 대한 명확하고 정량적인 기준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사고 발생후 처벌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23년 4월에 발생한 분당 정자교 인도 붕괴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한 사고의 경우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은 인력,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었다고 주장하여 무협의 처리를 받은바가 있다.
국토교통부의 항공 정비사 통계(2023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LCC) 10사(여객·화물 항공사 포함)의 정비사 비율은 27.4%에 그쳤다. 저비용항공사의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해외 중고기를 도입해, 중·단거리 위주의 잦은 운항을 지속하는 저비용항공사가 정비와 같은 안전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가 고시로 지정한 B737 기종의 정비 기준을 살펴보면 최소 중간점검 시간은 28분이다. 점검 항목은 동체와 날개, 엔진, 랜딩 기어(착륙 장치), 조종석 등 20개를 적시해 놓고 있다.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국민들이 보았을 때는 점검을 수행하기에는 미흡하기 짝이 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가 그 짧은 시간에 20개 항목을 철저히 점검가능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인력, 점검 확보조건을 충족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상 중대시민재해 처벌에서 회피될 가능성이 높게 된다.
이러다 보니 사고 예방을 위한 인력이나 예산, 점검 등 사전 예방조치에는 소홀하게 될 우려가 있다. 만약 사고가 발생한다고 할지라도 대형 로펌을 활용하여 법정에서 승소하게 되면 이러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게 된다. 더 이상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
억울하게 사망된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서라도 철저한 사고 원인 분석과 이에따른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재발방지와 사전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시민재해에 대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지금이라도 대폭 개정할 필요가 있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와 정부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