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기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굿투데이뉴스 재난안전취재본부장
최근 서울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작업자 한명이 임시분전반에서 조명등을 설치하다가 감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사고가 발생된 현장에서 작성된 서류는 법적인 하자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책상에서 계획했던 것처럼 실행되지 않아 사고로 연계됐다.
공사를 발주한 서울교통공사의 안전보건작업 시방서에서는 전기작업을 할때 전원을 차단한 후에 작업을 실시토록 하고 있다. 또한 사고 몇 일 전인 7월 초에 개최된 안전보건에 관한 협의체 회의에서도 큰 문제는 없었다. 작성된 회의록에서도 감전사고에 대한 문제가 언급되어 있었고 전원차단후 작업을 하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다. 또한 사고 당일 실시했던 안전교육 서류에서도 2인 1조 작업과 감전에 대해 주의하여 작업하라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었다.
심지어 공사를 시행하는 업체가 서울교통공사에 제출한 안전보건관리 계획서에서도 감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전원을 먼저 차단한 후에 공사를 하겠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사고 당일 공사현장에서는 전원차단 조치 없이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자 개인의 책임보다는 전원 차단을 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는 동일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안전보건조치는 서류상으로는 완벽하게 작성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전혀 이행되지 않아 계속해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기업들을 제외하고 대한민국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마도 이런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서류와 형식에 매몰된 중대재해처벌법과 안전보건의 씁슬한 현실이다.
일부 대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제 구축 컨설팅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여 받았고 이행하고 있지만 마음은 늘 불안한 실정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제서야 컨설팅을 받고 있는 중이지만 아직까지 어떻게 할지도 몰라 마음만 불안한 상태이다.
사실 컨설팅을 받았다고 해서 사고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었을지는 의문이다. 컨설팅을 수행하는 기관의 전문성과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의 자질도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초기에는 대형 로펌에서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출신 퇴직자, 변호사들이 한팀이 되어 업무를 수행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관련기관 출신들의 몸값이 한참 상향가를 탔던 시기였다. 이러한 컨설팅은 주로 대기업을 위주로 진행되었다. 지금은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대응 컨설팅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그러다가 노무사들이 노동관련 법률에 중대재해처벌법을 포함시켜 본격적으로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아무래도 안전보건관리체제 구축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보니 안전관련 기술지도기관이나 안전보건진단기관들과 협업을 하여 컨설팅을 하였다.
사실 중대재해처벌법 컨설팅은 현행 법상으로는 노무사들의 영역에 해당한다. 노무사 외에 다른 사람들이나 기관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컨설팅을 수행하면 노무사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노무사의 경우 안전보건 전문가가 아니기에 기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실질적인 컨설팅을 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노무법인에서 변호사와 안전보건 전문가를 직접 채용하여 컨설팅을 실시하는 경우도 많다.
'22년 시행초기부터 자칭 안전보건 전문가라는 산업안전보건 지도사나 안전분야 기술사, 안전보건 기술지도기관이나 안전보건진단기관에서도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사실 당시 컨설팅을 수행했던 자칭 안전보건 전문가들은 기술분야에 대한 안전보건 전문가이지 안전보건 경영시스템에 대한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다 보니 자칭 안전보건 전문가가 중대재해처벌법 컨설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역량은 장담하기 힘든 실정이다.
올해 1월부터는 5인 이상 기업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되면서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그러다 보니 안전보건과는 전혀 무관했던 토목시공기술사도 컨설팅을 하고 있ㄴ느 실정이다. 그뿐 만이 아니라 박사학위를 소지한 대학교수나 얼마되지 않은 안전보건 경력자들도 컨설팅을 실시하면서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다. 사실 士자만 붙으면 전문가인지는 의문이다. 양심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士자들을 보노라면 직업윤리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이러다가 士자 붙은 모두 사람들이 안전보건 전문가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 가관인 것은 하루나 이틀정도 단 몇시간의 교육만 받으면 중대재해처벌법 전문가라는 민간자격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자격을 취득한 이들 또한 컨설팅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해 형성된 먹거리 시장이 제법 큰 상황이고 아마도 돈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든다.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는 자칭 안전보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안전보건관리체제에 대해서 이해를 제대로 하고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변호사, 노무사는 안전보건 전문가는 아니다. 반면에 산업안전보건지도사나 안전보건분야 기술사들은 안전이나 보건분야의 기술분야에 대해서는 단연코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안전보건 경영시스템 전문가로 보기에는 다소 거리가 먼 측면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업무는 안전보건 경영시스템 분야의 전문가의 영역에 제일 가깝다. 따라서 그들이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그러나 그런 전문가를 찾기에는 한정된 인원 수로 제한적이다보니 어려운 실정이다. 그틈을 士자 붙은 자들이 차지하려고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속된 말로 먹물만 먹으면 개나 소나 안전보건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다 보니 컨설팅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고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하는 기업의 실무자들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컨설팅 공화국이다.
그많은 중대재해처벌법 컨설팅을 받고 있고 반기에 한번씩 이행점검 등을 받고 있는데 왜 이렇게 사고는 줄지 않고 있을까? 그 원인에는 컨설팅 시장에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는 자칭 안전보건 전문가들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
안전보건 업무를 돈을 버는 수단으로 보아서만은 안 된다. 근로자들의 생명을 살린다는 소명의식이 없이는 힘든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소명의식을 가지고 개인 스스로 역량을 제대로 키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