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재 한림대학교 UN평화안보협력전공 주임교수
[굿투데이뉴스=하영재 ]
사회자 : 이번 인터뷰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분을 모시고 진행하고자 합니다. 제가 SNS에서 본 분입니다. 평범한 분의 이야기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우리들 속의 '선한 영향력의 리더'라고 생각하여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권지혜 씨는 자원봉사활동으로 「이회영 기념관」에서 독립운동사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권지혜 : 인터뷰 요청을 주셨을 때 나눔과 봉사에 큰 일을 하지 못하는 제가 감히 해도 되는 것인지 싶었지만 평범한 후원자의 이야기로 편히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그릇이 다0소에서 천원주고 산 작은 그릇인데요, 저와 닮은 것 같아 이 그릇에 빗대어 제 소개를 드리고 싶습니다. 작아서 많이 담지는 못하지만 밥도 담고, 국도 담고, 과일도 담고, 화분에 물도 주고 용도가 참 다양합니다.
저는 이 그릇처럼 작은 일이지만 할 수 있는 만큼, 대신 자주자주 쓰임이 있는 사람이 되자는 마음으로 나눔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 권지혜 입니다.
매월 정기후원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월드투게더'로부터 감사카드를 받았다. 그외에도 3개 NGO단체에 정기후원을 하고 있다.사회자 : 제가 인터뷰 손님으로 초대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젊은 세대로서 나눔과 봉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권지혜 : 저는 살면서 받은 게 너무 많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자라고, 주변의 좋은 분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배우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역사 속 인물들의 희생으로 자유를 선물 받아 살고 있습니다.
베푸는 이는 기억 못하겠지만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작은 친절함에도 큰 힘을 얻기도 합니다. ‘사랑’, ‘따뜻함’, ‘자유’, ‘친절’ 어떻게 보면 본디 제 것이 아니고 누군가 로부터 받아온 것이기 때문에 혼자 간직만 하고 있다가 사라지게 된다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릇이 큰 사람이 아니기에 조금만 받아도 넘쳐서 어딘가 나눠야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눔이 필요한 곳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제가 할 수 있는 일들, 봉사나 기부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사회자 : 현재 참여하고 있는 나눔과 봉사 활동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권지혜 : 작은 정성으로 금전적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곳은 에티오피아 어린이 후원, 비영리단체 3곳 정기후원을 하고 있고 필요할 때 일시후원도 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 활동으로 「이회영기념관」 독립운동사 해설사로 매주 토요일에 하고 있으며 틈틈히 연탄봉사, 유기견 보호소, 빵 만들기 봉사, 모자 만들기 봉사, 기부 런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회영기념관」 독립운동사 해설사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권지혜 씨를 매주 토요일에 만날수 있다.
사회자 : 봉사 활동을 통해 겪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요? 나눔과 봉사 활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권지혜 : 커피가 유명한 가난한 나라로만 기억되고 있는 에티오피아.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파병한 ‘강뉴뷰대’가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에티오피아의 강뉴부대는 이해관계가 아닌 세계의 집단안보와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우라는 에티오피아 셀라시에 황제의 뜻에 따라 황실 근위대에서도 가장 뛰어난 병사들로 선발한 최강의 부대로, 한국전쟁 당시 강원도 최전방에 투입되어 253전 253승의 무패기록의 신화를 남겼습니다.
참전용사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월급을 모아 보화원이라는 고아원을 세우고 한국의 전쟁고아들을 돌보기도 했는데요, 저는 70여년 전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이어받고자 그 나라의 미래가 될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소중한 경험은 참 많은데 그 중에서도 에티오피아 후원 어린이와 영상통화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편지로 이야기를 나누려면 오가는데 수개월이 필요하기도 하고 사진으로만 보던 아이와 직접 소통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역사해설, 참전용사 후원, 어린이 후원, 유기견, 연탄봉사 등 제가 하는 활동들이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제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인 ‘평화’, ‘자유’ 의 주제로 생각해보면 공통점이 보입니다. 나눔과 봉사활동 외에도 개인적인 마음가짐, 관심사, 일상, 사회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모두 ‘평화’와 ‘자유’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하여 자신만의 방법으로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을 작성한다.
사회자 : 제가 인터뷰한 동기이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개인적인 시간을 할애하고 계획을 세워 달성도 하는 목표를 두고 하시던데요. 그렇게 나눔과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동기는 어디에서 오나요?
권지혜 : 사실 저는 개인 시간이 날 때, 여유시간에 이러한 활동을 조금씩 하고 있어서 업계에 계시거나 봉사활동처에 상주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거창하게 목표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끄럽습니다.
참여 동기는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고민이 되는데, 예를 들면 유기견 보호소에가면 견사를 가득 채운 유기견들 만큼이나 강아지를 버린 사람들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이들을 돌보고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세상을 이분법 적으로 나눌 순 없지만, 저는 정의로운 사람들 편에 서서 작은 것이어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동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자 : 봉사활동을 통해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들이 봉사 활동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요?
권지혜 :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누군가를 위해 나의 시간을 써서 도와준다’고 생각했는데, 연탄봉사를 하다가 문득 내가 연탄을 나르는 순간에도 봉사를 이끌어 주시는 분들, 실어주시는 분들, 기부해 주시는 분들 등 함께 해주시는 봉사자 분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 구나, 나도 항상 도움을 받고 있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혹시 후원이든 봉사활동 이든 ‘내가 가진 것이 많아야 시작할 수 있지’ 하신다면 ‘봉사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주는 것이 아닌, 옆에서 나누는 일’이라 생각해 보시고 참여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연탄봉사를 하다가 문득 내가 연탄을 나르는 순간에도 봉사를 이끌어 주시는 분들, 실어주시는 분들, 기부해 주시는 분들 등 함께 해주시는 봉사자 분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 구나, 나도 항상 도움을 받고 있구나 깨닫게 된다고 한다.
사회자 : 봉사 활동이 당신의 개인적이거나 전문적인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권지혜 : 저는 5년 전부터 아침마다 5km를 뛰고 천원씩 모아서 5만원이 채워지면 비영리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는데요, 아침 잠이 정말 많아서 아마 다이어트나 미라클모닝 등 나만을 위한 목표였다면 절대 못했을 행동인데 누군가를 돕기 위해 노력할 때 마음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나를 위해서만 100만큼 노력했던 것보다 ‘나와 우리’를 위해 10만큼 조금 더 노력하게 되니 결론적으로 110의 에너지를 갖게 된 것 같습니다.
마포에 있는 월드투게더 사무실에서 사회자(좌측)와 권지혜(우측) 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기부런은 "기부를 위해 달리기를 싫어하지만 달린다."고 하였다. "목표를 정하니 하기싫더라도 하게된다."는 의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회자 : 앞으로 참여하고 싶은 봉사 프로젝트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권지혜 : 봉사 활동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접근하기 쉬운, 통합된 봉사 플랫폼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먼 이야기지만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세우고 싶습니다.
사회자 : 나눔과 봉사의 중요성을 젊은 세대와 사회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권지혜 : 얼마 전 SNS에서 ‘옆집에 누가 이사 왔을 때 시대별 특징’ 이라는 짧은 영상을 보았는데 90년대는 누가 이사하면 떡도 돌리고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는데 현재는 옆집에서 떡을 준다고 하면 나쁜 사람일지 도둑인지 의심부터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릴 때 생각을 해보면 놀이터에 나가면 친구들이 항상 있었고, 동네에 집이란 집들은 문을 다 열어 놓고 서로 오가면서 반찬도 주고받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 누가 이사 왔다고 우리집 문을 두드린다면 상상만해도 무섭습니다.
22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1인가구 비중은 34.5%(750만) 4인 가구의 2배 수준입니다. 아마 24년인 지금은 더 높을 것입니다. ‘이웃과 문을 닫고, 가족들과 살지 않고 혼자 지내는 사람이 비중이 그만큼 많다는 것입니다.
관계망은 넓어져서 SNS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만 ‘가족’이라는 연결망은 흐려지고 외로운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이 사람과 사람의 연결, 연대의식이 정말 필요한 사회이지 않나 싶습니다. 서로 나누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자 : 오늘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나누면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선한 영향격의 리더를 만났습니다. 앞으로의 비전을 응원합니다.